삼성 구자욱(22)과 LG 양석환(24)은 처지가 똑같다. 백업이다. 주전 야수가 부상과 재활 중인 덕분에 임시로 선발 출전하고 있다.
구자욱은 1루수 채태인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있다. 양석환은 ‘100만 달러 사나이’ 한나한의 개점 휴업으로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백업이라 보기엔 너무 잘 한다. 기대 이상의 활약이다.
류중일 삼성 감독과 양상문 LG 감독은 5일 잠실 맞대결에 앞서서도 주저 없이 이들의 이름을 선발 라인업에 집어 넣었다. 구자욱은 6번 타자 1루수, 양석환은 7번 타자 3루수다. 양상문 감독은 “잘 하는 선수 위주로 라인업을 짰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구자욱과 양석환은 서로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 까. 자극이라도 받지 않을 까.
구자욱은 “그런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2군에서 수많은 경기를 같이 했다는 이유에서다. 구자욱은 “서로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할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시즌 전 벌크업(근육 량을 늘려서 몸의 사이즈를 키워 체중을 늘리는 것)을 계획했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훈련이 너무 힘들다”고 웃었다. 그는 이어 “감독님이 믿고 기용하시는 만큼 잘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장타 욕심이 없지 않지만, 정확히 때려 출루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5일까지 구자욱의 성적은 26타수 7안타 타율 2할6푼9리에 2홈런 6타점이다.
양석환도 “누굴 보면서 자극 받을 여유가 없다”고 했다. 그는 “야구를 하면서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이 없다. 내가 할 것만 하자는 생각밖에 없다”면서 “정성훈(LG) 선배님이 ‘잘하고 있으니 더 자신 있게 하라’고 조언해주셨다”고 말했다. 양석환은 그러면서 “내겐 매 경기가 한국시리즈 같다. 주위에서 다리가 후들거릴 것이라고 했지만 의외로 떨리는 건 없다”면서 “박용택(LG) 선배처럼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연이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양석환의 시즌 타율은 2할(10타수 2안타), 타점은 1개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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