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달러(약 4,000억원)로 미국 프로야구팀 LA다저스의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한국투자공사(KIC)가 보장수익을 10년간 한푼도 회수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조건 때문이다.
메릴린치 투자금으로 7억2,000만 달러를 날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투자원금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규정에 묶여 감독할 수도 없다. 눈먼 투자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저스 구단주인 구겐하임 파트너스는 KIC의 제안으로 지분 매각 협상을 시작하면서 향후 4~5년간 추가 적자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저스는 선수 총 연봉이 미국 프로야구 구단 중 1위인 2억4,000만 달러에 이른다. 스타디움 개보수 비용을 합쳐 지난해에만 1,22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근 수년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때문에 KIC는 적자가 나도 매년 최소 3%의 수익 배당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보장수익에는 원금과 마찬가지로 향후 10년간 상환이 불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었다.
국부펀드가 대체투자를 할 때는 통산 연 10~15% 정도 기대수익률이 나와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KIC의 다저스 투자가 성사될 경우 저조한 수익률로 막대한 투자금의 발이 묶이게 된다. 특히 이 계약은 다저스 구단과 직접 맺는 게 아니라 구겐하임과 맺는 것이라 구겐하임이 파산하는 등 돌발상황이 생기면 보장수익은커녕 원금까지 손실을 볼 수 있다. KIC 경영진은 이런 사실을 보고받고도 투자를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외환보유액 등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국부펀드인 KIC를 감독할 수 있지만 규정상 다저스 투자에는 관여할 수 없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현미 의원이 입수한 ‘한국투자공사 투자정책서’에 따르면 투자금액이 미화 5억 달러를 넘지 않거나 매입 지분이 20%를 넘지 않는 대체투자의 경우 KIC가 자율적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게 돼 있다. KIC가 인수하려는 다저스 지분은 19%로 4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KIC는 최근 마무리한 LA 현지 실사결과를 검토한 뒤 투자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리스크가 많고 수익 전망이 불확실해 보인다”며 “수익률도 정기적금 수준밖에 안 되는 눈먼 투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IC가 무리한 투자를 밀어붙이면서 당국의 눈을 피하려고 투자 원금과 지분 규모를 기준 이하로 낮췄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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