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길거리 의자에서 잠을 청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노숙자 예수’ 동상이 미국 여러 도시를 순회 중이다.
미국 폭스 뉴스는 5일 기독교의 최대 축일인 부활절을 맞아 노숙자 예수 조각상은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전시를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출신 조각가 티머시 슈멀츠가 제작한 이 조각상은 2013년 가을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가난한 자의 친구로 평생을 살아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축성을 받아 더욱 널리 알려졌다. 슈멀츠에게서 조각상 모형을 선물 받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를 상징하는 아름답고 훌륭한 재현물”이라고 호평했다.
실물은 실제 사람이 누워 있음직 한 크기로 제작됐고, 이를 작게 만든 모형과 미니어처가 현재 온라인에서 팔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리노이 주 시카고와 애리조나 주 피닉스, 웨스트 버니지아 주 찰스턴, 텍사스 주 오스틴, 워싱턴DC 등 8개 도시에서 전시됐다.
슈멀츠는 디트로이트 지역 신문인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부활절과 같은 날, 많은 사람이 이 조각을 보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기를 바란다”면서 “예수를 상징하는 대다수 작품이 사람들의 손길에서 먼 곳에 있는 것과 달리 노숙자 예수 조각상은 디트로이트에서도 많은 이들이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곳에 전시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 조각상의 설치와 운반 등에는 3만2,000 달러(약 3,497만 원)가 소요된다. 디트로이트에 사는 변호사로 설치비를 지원한 익명의 독지가는 “디트로이트의 파산 상태가 내 마음을 강하게 잡아 당겼다”면서 “모두가 빈곤해진 이 도시에 꼭 필요한 조각상”이라고 노숙자 예수 조각상 설치에 돈을 댄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시내 중심가인 세인트 피터 앤드 폴 교회에 조각상을 전시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나타냈고, 매주 노숙자에게 음식과 샤워 시설을 제공하는 이 교회의 게리 라이트 목사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이던 디트로이트는 관련 산업의 붕괴로 2013년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이 탓에 도시를 떠나는 인구가 늘면서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도시를 도는 동안 노숙자 예수 조각상은 적지 않은 논란을 불렀다.
지난해 작품이 전시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데이비슨의 경찰은 조각상을 오해한 시민에게서 노숙자가 벤치에서 자고 있다는 불만 신고 전화를 받기도 했다. 또 예수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조각이라는 불평도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디트로이트의 케네스 제임스 플라워스 목사는 마태복음 25장을 들며 “억압받고 가난한 자 편에 선 예수는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곧 내게 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면서 예수를 노숙자로 형상화한 것이 모욕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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