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 지상주의가 족쇄
검찰 수사 기대는 관성도 문제
국회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자원외교 특위)가 빈 손으로 활동을 마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시 ‘국정조사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국정조사가 부활한 지 30년이 돼가지만 정쟁의 상징이 됐을 뿐 이렇다 할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여야는 7일 특위 활동 종료를 앞두고 여전히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에서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영민 특위 위원장은 “원내대표단에서 협상을 계속할 수 있다”면서도 “새누리당의 반대가 심해 현재로서는 기간 연장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원외교 특위가 청문회 한번 열지 못한 채 활동을 종료하면 19대 국회 국정조사 특위는 사실상 전멸하게 된다. 앞서 2012년 구성된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 특위는 활동 시작과 종료를 알리는 단 두 차례 개최한 끝에 16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국정조사 특위는 청문회를 열기는 했지만 여야 정쟁 끝에 결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고 지난해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조사 국정조사 특위는 자원외교 특위와 마찬가지로 청문회를 한 차례도 열지 못하고 마감했다.
국회 국정조사가 번번이 정쟁으로 끝나는 이유는 여야합의제 때문이다. 의사일정, 증인 채택, 결과보고서 채택 등을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무엇 하나 실시할 수가 없다. 자원외교 특위 역시 증인 채택 합의 불발이 파행의 이유였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현재대로라면 여야가 끝내 합의를 못하면 대책이 없다”며 “여야 간사가 일정 기간 동안 합의를 못하면 자동으로 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일정 수준의 출석 및 찬성 요건을 갖추면 채택할 수 있게 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스스로 국정조사의 권한을 실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 출신의 금태섭 변호사(법무법인 공존)는 “우리나라는 범죄에 해당하는 혐의 외에 정책적으로 옳은지 그른지의 판단까지 검찰 손을 빌리려는 경향이 크다”며 “국회의원 스스로도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려 하기 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이익을 누리는 단기 효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원외교 특위 역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힘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참고인 강제 소환권이 없지만, 국정조사는 증인이 불출석할 경우 처벌의 근거를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더 큰 권한을 갖고 있다”며 “그런데도 여야가 정치적으로 처벌을 강제하지 않는 쪽으로 합의하면서 스스로 권한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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