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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냄새 없애주는 사과도 개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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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냄새 없애주는 사과도 개발해요"

입력
2015.04.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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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전 한입… 구취 걱정 뚝, 폴리페놀 강화 '스마일키스사과'

파프리카 씨앗은 금값 3배… 종자는 국력 좌우 고부가가치산업

딸기 신품종 '산타' 개발 성과… 신품종 육성 10개년 계획 추진중

“21세기 국가경쟁력은 더 이상 총칼이 아니다. 한 나라가 얼마나 우수한, 그리고 많은 종자를 확보하고 있느냐가 국력을 가늠하는 시대다. 농산품 수출도 종자산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염불일 뿐이다.” 지난 1일 취임한 박소득(57ㆍ사진) 경북도농업기술원장. 석 달 가량의 원장 직무대리생활을 마치고 정식 취임한 그는 경북농업기술원을 우수 품종 개발의 메카로 삼을 것임을 천명했다. 자유무역협정 시대를 맞아 경북도농업기술원은 신품종과 농작물 재배, 경영기술 개발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박소득 신임원장을 만나 국내외 종자전쟁의 현주소와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복안 등을 들어 보았다.

_종자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왜 종자산업이 중요한가.

“청양고추를 먹을 때마다 다국적기업에 로열티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원래 국내 종묘회사가 육종했지만 외환위기 대 미국계 다국적기업인 몬산토에 팔리는 바람에 청양고추를 먹을 때마다 미국에 로열티를 내게 됐다. 파프리카 종자는 1g에 12만원이나 한다. 씨앗 한 알에 600원이다. 3일 현재 국내 금 시세가 1g당 4만2,000여원인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된다. 파프리카 씨앗을 대부분 네덜란드에서 수입한다. 토마토 종자 중에는 1g에 국내 거래가가 17만원이나 하는 것도 있다. 이 정도면 골드산업이다.”

_국내에서 재배하는 농작물 중 해외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은 어느 정도인가.

“약 70%는 로열티를 주고 해외에서 도입한 종자로 추산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향후 10년간 종자 로열티로 8,000억원 가량을 해외에 지불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배하기 용이하고 품질이 좋은 신품종 육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_경북도농업기술원은 농업분야 지역 최대 씽크탱크이다. 기대가 크다.

“전체 직원 176명 중 박사급이 60명이다. 이런 고급인력을 활용해 신품종을 육성해 왔고, 앞으로 더 강화할 방침이다. 로열티도 로열티이지만 극단적으로 특허권 보유 회사가 팔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조차 없는 세상이 왔다. 우리 기술원은 2011년 품종육성 10개년 계획을 세우고 매년 10가지 이상의 신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25개 작목에 대해 현재 연구 중이며 싼타딸기도 이 사업 결과물 중 하나다. 2010년 개발한 싼타는 고령 청도 등을 중심으로 재배면적이 급증하고 있으며, 맛과 향이 뛰어나고 단단한 것으로 유명하다.”

_종자전쟁, 한 나라의 국운을 좌우할 수 있는 총성 없는 전쟁 같다. 다국적기업들은 지금도 엄청난 비용을 들여 신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품종개량의 핵심은 ‘재래종 단점 보완’이다. 가만히 두면 퇴화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병해충이 생겨나기도 한다. 한번 개발했다고 끝이 아니다. 또 한가지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선호하는 품종이 변하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개발한 통일벼는 우리나라에 보릿고개를 없애준 일등공신이었다. 그런 통일벼도 요즘은 구경조차 어렵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밥맛을 중시한 때문이다. 그래서 시대에 따라, 시장에서 팔리는 종자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후지 사과는 우리나라와 일본, 동남아에서 인기가 높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선 인기가 없다. 그곳에서는 작고 단단한 것을 주로 찾는다. 그 지역에 수출하려면 그런 품종을 도입하거나 직접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

_종자산업은 그 어떤 분야보다 고부가가치산업인 것 같다.

“우리가 개발한 싼타도 연간 2억원 이상의 로열티 수입을 올리고, 재배면적이 늘어날수록 그 액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일본이 개발한 사과품종인 후지(富士)는 100명이 넘는 연구진이 10년간 공들여 개발했는데 국내 사과재배판도를 바꿔 놓았다. 1970년대까지 많이 재배했던 홍옥이나 국광은 요즘 찾아보기도 어렵다. 입맛은 변할 수밖에 없지만 한번 길이 들면 오래 간다. 요즘은 기능성 품종 개발이 대세다. 순무와 양배추를 교배한 콜라비는 최근 다이어트식으로 인기다. 우리도 올해부터 삼성과 손잡고 ‘스마일 키스 사과’개발에 착수했다.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 성분이 많으면 구취가 사라지는 데 착안했다. 양치질을 하지 않아도 사과 한 알만 먹으면 키스 걱정은 오케이다.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_한ㆍ한FTA로 농업인구가 많은 경북의 타격이 특히 클 것 같다.

“축산, 과수, 채소 등이 직접적 영향권에 들고 있다. 품질향상과 함께 가격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뒷받침할 신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이 경북농업기술원의 존재 이유다. 버튼만 누르면 비닐하우스 보온덮개와 환기구가 자동으로 열리는 설비도 개발해 보급 중이다. 서서 딸기를 재배하는 고설베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설치비의 60%를 지원한다. 규모화, 효율성제고를 통해 중국산에 대응할 수 있다. 해외시장에서 먹힐만한 우수 품종을 개발해 해외시장 개척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박소득 원장은 기관장이기 이전에 연구자다. 38년간 공직생활 중 15여 건의 신기술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했다. SCI급 논문도 50여 편이나 저술했다. 싼타 개발의 주역이기도 하다. 일본어 중국어 영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하다.

_3개월 가량 직무대리 등 취임 때까지 다소 진통도 있었다. 기술원 운영의 기본 방향과 포부 한마디.

“농민이 웃는 농촌을 만들고 싶다. 더 이상 고생스럽고 돈 안 되는 농사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가 왔다. 경북에는 군별로 억대 농사꾼이 500명 가량 되는데, 여전히 농사는 고단한 일이라는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첨단과학으로 편하면서도 돈 많이 버는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 그 길은 기술개발을 통한 혁신에 있다고 본다. 경북도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농민사관학교를 통한 전문인력 양성도 중요하다. 생산(1차산업)과 가공(2차), 유통ㆍ관광(3차) 등이 어우러진 6차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생산비를 절감하고 우수한 품종을 개발해 농촌이 경쟁력을 갖추는 버팀목이 되겠다.”

배유미기자 yum@hk.co.kr

약력

성주농고졸업

한국방송통신대 농축학과 영어영문학과 졸업

경북대 대학원 농색물학과 석ㆍ박사

경북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연구개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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