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불참이후 주말 내내 공전
지난달 말로 예정된 대타협 시한을 넘긴 지 닷새가 지나도록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논의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한국노총의 불참선언으로 주말 내내 대화를 이어가지 못한 가운데 노동계ㆍ경영계ㆍ정부 모두 어설픈 협상전략으로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는 지적이다.
5일 노사정위 관계자는 “정부와 노사정위 실무자들이 한국노총 쪽에 연락을 계속 하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 3일 한국노총이 “비정규직 사용기한 연장 철회 등 전향적인 안이 제시되기 전까지는 참석이 어렵다”고 통보하며 중단된 노사정 4인 대표자 회의는 결국 주말 내내 열리지 못했다. 향후 회의가 언제 열릴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앞서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1일부터 3일 새벽까지 연일 대표자 회의를 열어 의견을 조율해왔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ㆍ실업급여 지원 확대 등에 대해선 대체로 합의했으나 저성과자 해고 가이드라인 마련ㆍ주당 최대 연장근로 8시간 허용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틀어졌다.
지난달 31일까지 대타협을 이루겠다며 지난해 12월 공표까지 해놓고 합의문 초안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노사정에 대해 협상전략이 부족하고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실제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 철회를 검토하면서 진전되던 협상 분위기는 기획재정부의 강력한 요구로 정부가 입장을 번복하면서 다시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기재부는 “높은 급여의 정규직은 문제가 있어도 정년까지 해고할 수가 없다”며 정규직 과보호 완화를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로 지목해 왔다.
노동계는 협상 초반도 아닌, 대타협을 예고했던 당일(지난 3월 31일) 5대 수용불가 사항을 발표해 혼선을 키웠다. 김동만 위원장은 대타협 기한도 넘긴 지난 2일에야 광주ㆍ전남 지역을 방문해 노사정위와 관련한 현장 의견수렴에 나섰다. 6일 대구, 7일 인천, 8일 대전, 9일 충북, 10일 제주를 방문한다.
경영계는 60세 정년 연장에 따른 부담을 강조하며 ▦비정규직 사용기한 4년으로 연장 ▦파견 업무 제조업까지 확대 ▦임금피크제 의무 도입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계가 받아들이기 힘든 고용유연화 정책을 무더기로 들고 나왔을 뿐 노동계를 설득하려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다. 노동계 안팎에서 “일방적인 양보와 희생을 요구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사용기한 연장 등 비정규직 확산 우려가 큰 방안에 선뜻 동의할 수 있는 노조 집행부가 어디 있겠냐”며 “가벼운 안건부터 1차 합의하고, 노동계ㆍ경영계가 양보하기 힘든 문제는 단계적으로 논의하는 방식이 됐어야 했는데, 성급히 일을 치르다가 오히려 역효과만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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