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대·주거지역 등 제각각
20~40대로 나이도 다르고 울산과 광주, 충북 청주 등 사는 지역도 제 각각인 4명의 미혼남녀가 경북 경주시 외곽에 세워진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 4명이 생활고와 신병비관, 취업난 등 각기 다른 이유로 동반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4일 오후 5시쯤 경주시 감포읍 전촌리 감나무밭 주변 야산 농로에 세워진 매그너스 승용차 안에서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촌리 주민은 “며칠 전부터 차량이 움직이지 않고 주차된 것이 수상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문이 잠긴 채 청테이프로 밀봉된 차량의 운전석에서 울산에 사는 승용차 주인인 A(43)씨, 뒷자리에서 A씨의 여동생 B(40)씨, 청주에 사는 C(33)씨, 광주의 취업준비생인 D(28)씨가 숨져있는 것을 확인했다. 조수석에는 화덕과 술병이 발견됐고 트렁크에도 연탄 2장과 번개탄 등이 들어 있었다.
A씨는 운전석 옆 사물함에 ‘임대보증금을 찾아 지인에게 주라’는 쪽지 메모를 남겼으나 나머지 3명은 아무런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경찰조사 결과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는 A씨는 허리가 아파 수시로 병원치료를 받는 여동생과 같이 살면서 수 차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고, 휴대폰 부품회사에 다니는 C씨는 회사에 일거리가 있을 때만 출근하는 비정규직으로 생활고에 시달렸다. 몇 달 전에도 부모가 120만원을 보내줄 정도로 C씨의 형편은 좋지 않았다. 2년 정도 취업준비를 해온 D씨는 지난달 25일 가출 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 블랙박스 기록 등에 따르면 C씨와 D씨는 지난달 25일 울산에서 A씨 남매를 만나 마트에서 청색 테이프 등을 사서 경주로 넘어왔다. 이들은 장소를 3,4곳 물색한 끝에 지난달 28일쯤 전촌리에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들이 어떻게 만났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한 외상이 없어 동반 자살로 추정하고 있고, 유족들도 빨리 수사를 마무리 해달라고 희망하고 있다”면서도 “필요하면 통화내역 조회 영장을 발부 받아 정확한 사인을 밝힐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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