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시 한복판의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에서 30여명의 개인 택시 기사들이 영업 지속 등을 요구하며 단체로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사진)했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4일 오전11시 유명 백화점과 상점들이 밀집한 왕푸징의 중심 거리에서 30여명이 농약을 마신 뒤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이들은 베이징에서 북동쪽으로 1,600여㎞나 떨어진 헤이룽장(黑龍江)성 쑤이펀허(綏芬河)시의 택시 기사들로, 개인 택시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중앙 정부와 상급 기관에 요구하기 위해 함께 상경했다. 쑤이펀허시는 최근 개인 택시 기사 영업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택시개혁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쑤이펀허시 개인 택시 기사들은 정부가 지정한 회사에 취직을 하거나 정부 보상금을 받고 은퇴해야 한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기차를 타고 베이징에 도착, 국가신방국(國家信訪局ㆍ부당한 행정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민원을 접수해 처리하는 기관)을 방문해 하소연을 해 봤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하자 이날 왕푸징에 모여 집단 음독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들이 병원에서 응급 조치 등을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 중국공산당 공산주의청년단 기관지인 중국청년보 본사 건물 앞에서도 장쑤(江蘇)성 쓰훙(泗洪)현 칭양(靑陽)진의 농민 7명이 단체로 농약을 마시고 쓰러진 바 있다. 당시 이들은 지방 정부의 강제 토지 수용 등에 불만을 품고 민원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집단으로 상경, 음독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선 주민들이 민원을 지방 정부 등에 제기해도 들어주지 않으면 베이징에 상경, 중앙 기관들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지방 정부에선 이런 민원인을 ‘흑감옥’ 등에 강제 구금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상경 민원인이 극단적 방법을 동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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