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인종 편견에 따른 기소로 30년간 복역한 미국의 한 흑인 사형수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다.
CNN은 3일 미국 앨라배마주 제퍼슨 카운티 순회법원의 로라 페트로 판사가 사형수 앤서니 레이 힌튼(57)에게 적용된 두 건의 살인 혐의를 모두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1985년 두 곳의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매니저에게 총을 쏴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은 힌튼은 언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한 사형수 신분에서 벗어나 극적으로 자유를 되찾았다. 당시 사건을 목격한 증인도 없었고 사건 현장에서 지문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힌튼은 다른 매장 직원이 용의자 사진에서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하자 꼼짝없이 범인이 됐다. 경찰과 검찰은 힌튼의 모친 소유인 권총이 살인에 사용됐다며 그를 기소했으나 힌튼은 체포 당시부터 무죄를 주장해왔다.
억울하게 끝날 것 같던 힌튼의 인생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비친 것은 2002년이었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총기 감식 전문가 3명이 법정에서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탄환 증거와 검찰 측에서 제시한 힌튼 모친의 권총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증언한 것이다.
이 증언을 바탕으로 미국 연방대법원이 12년이 지난 지난해 “헌법상 필수적인 내용이 결핍된 판결”이라고 결론을 내면서 힌튼은 새 재판을 받을 기회를 잡았다.
무려 29년 만에 재개된 재판에서 검찰 측은 총기 전문가들의 증언을 수용해 종전의 주장을 뒤집었고, 페트로 판사는 증거 불충분을 들어 힌튼에게 씌워진 혐의를 모두 지웠다.
힌튼의 무죄 석방을 도와온 비영리 재단인 사법평등계획(EJI)은 “사형수로 불필요한 세월을 교도소에서 보낸 힌튼이 석방돼 무척 기쁘다”면서도 “힌튼의 결백을 입증할 증거가 있음에도 주 검찰이 이 사건의 재조사를 거부한 것은 무척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또 힌튼의 기소가 전적으로 당시 검사의 인종 편견에 따른 것이었다면서 “인종과 가난에 대한 편견, 불충분한 법적 지원과 용의자의 결백에 대한 검사의 무관심이 교과서에 실릴만한 부당함의 표본을 합작했다”고 비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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