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과 양극화는 한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양대 문제다. 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성장 전략으로서 소득주도성장론이 주목받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노동자의 임금과 자영업자의 소득이 증대하여 유효수요가 확대되고 생산성이 높아져 경제가 성장하는 체제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임금주도성장론이 확장된 것이다.
임금주도성장은 경제활동인구 중 노동자가 압도적 다수를 점하는 선진국 경제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정착된 성장체제다. 여기서는 고임금이 대량소비를 가능하게 하여 대량생산이 지탱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성장이 지속된다.
우리나라는 1987년 이전에 ‘대량생산-고생산성-저임금-대량수출’이라는 수출주도 성장체제가 유지되고 있었다. 1987년 이후에는 임금이 급격히 상승하여 고임금체제가 형성되었다. 1987년에서 1997년까지 10년간 실질임금 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을 상회하여 임금주도 성장체제에 가까운 체제가 형성되었다. 임금상승으로 소득분배도 개선되고 높은 경제성장도 지속되었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실질임금 상승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보다 낮아져서 노동소득분배율이 계속 감소함에 따라 저성장과 소득분배 악화가 초래되었다. 내수가 침체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로 낮은 성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대침체로 수출이 크게 둔화됨에 따라 수출주도 성장체제로서는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게다가 수출주도 성장의 과실이 대부분 재벌 대기업에만 귀속되어 국민경제의 다른 부분에 대한 파급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소득주도성장론이 제기되었다. 원래 임금주도성장 전략은 경제활동인구 중 임금노동자의 비중이 압도적이고 노동자들이 잘 조직화되어 있고 중앙집중적인 산업별 임금교섭체제가 구축되어 있는 나라에서 잘 적용될 수 있다. 이런 나라에서는 임금상승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고 노조 조직율이 낮으며 분산적인 기업별 임금교섭체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임금상승만으로는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므로 임금주도성장 전략을 적용하기 어렵다. 이런 나라에서는 정규직 조직 노동자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와 근로빈곤층과 자영업자 등 저소득층 전체의 소득을 높여 경제성장을 이루는 소득주도성장 전략이 효과적이다.
한국에서 최근 임금주도성장이 아니라 소득주도성장 전략이 제기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경제구조 변화가 고려되었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인구의 30%가 자영업자이고 노동자의 30%가 비정규직인 상태에서는 임금주도성장 전략은 효과가 적다. 임금인상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소득 증대, 비정규직 임금차별 개선, 최저임금 인상, 빈민에 대한 소득재분배, 보편적 복지 등 전반적 소득증대정책으로 총수요가 크게 증대해야 경제성장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는 정부도 소득주도성장 전략을 일부 채택했다. 그 일환으로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도 효과 없는 대기업 중심 수출주도성장 전략과 부작용 많은 규제완화를 통한 신자유주의적 성장 전략에 집착하고 있다. 새로이 창조경제를 통한 혁신주도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혁신주도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은 한국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두 바퀴다. 지금은 취약한 소득주도성장 바퀴를 강화할 때다.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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