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알크마르의 ‘치즈 시장’이 열렸다. 치즈를 파는 시장이 아니라, 이제 명맥이 끊긴 옛 시장의 정경을 파는 재현 시장이다. 농부들과 중세 길드의 장인들은 자기네가 만든 치즈를 저렇게 도시 광장에 쌓아두고 팔았다고 한다.
저들은 운하를 따라 치즈를 배로 운반해서 어깨 수레로 나르고, 품질을 평가하고, 손을 맞부딪치면서 가격을 흥정하는 장면까지 재현한다. 진짜처럼 진지해야 하지만, 너무 진지해서 재미가 없어도 곤란하다. 그래서 어깨 수레에 관광객 꼬마들을 태울 때도 있다. 진짜 치즈 시장은 밧줄 울타리 너머 관광객들의 뒤편 가판대에 열려 있다.
100년 전만해도 저 광장의 치즈들은 맛도 색도 향도 어쩌면 모양도 제 각각이었을 것이다. 무더기 하나하나가 저렇게 크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제는 모두 회사에서 만들어진 제품들로 시장이 열린다. 그러니 저 시장에서 가장 덜 진지한 것, 진짜 같지도 또 같을 수도 없는 것은 연기자들의 연기가 아니라 치즈 자체일지 모른다.
알크마르 치즈 시장은 4월 초부터 9월 초까지 매주 금요일 오전마다 열려 매년 1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면서 도시의 이름과 고다 치즈의 명성을 세상에 알린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알크마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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