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방과 이란이 2일(현지시간) 핵협상을 잠정 타결했지만, 주요 내용을 두고 미국과 이란이 미묘하게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물론 큰 틀의 합의인데다 미국과 이란이 정치적 의도로 '아전인수'격으로 각각 '핵개발 중단'과 '제재 해제'에 방점을 둔 탓도 있지만 6월30일을 시한으로 3개월간 진행될 최종타결을 위한 협상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양측 모두 협상에서 자신이 양보한 내용은 최대한 축소하고 모호하게 해석하면서, 얻어낸 부분에는 최대한 의미를 뒀다.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팩트시트와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란 페르시아어를 번역한 이란 외무부의 발표문을 보면 이런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 이란 제재, '유예'냐 '철회'냐
협상의 최대 관심사였던 대(對) 이란 경제·금융 제재 해제에 대해 미 국무부는 2일 낸 '팩트시트'에서 "이란의 합의 이행이 검증되면 제재가 풀리게(relief) 된다"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검증한 뒤 '유예될 것'(suspend)"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 국무부는 "이란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는 복원된다"는 점을 부각했다.
반면, 이란 외무부는 공식 배포한 팩트시트에서 "잠정 합의안(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이행한 뒤 모든 유엔 제재가 철회(revoke)되고, 유럽연합(EU)과 미국의 모든 제재가 무효화(annul)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 최종타결 직후 제재 해제냐 당분간 유지냐
제재 해제 시점도 차이가 난다. 미국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협상 중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라며 "유엔의 모든 제재도 이란의 의무이행이 완료되면 (미국의 제재 유예와) 동시에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란은 최종 합의가 끝나면 바로 해제가 모두 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도 3일 연설에서 "최종 합의가 되면 이튿날 모두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리프 장관은 2일 "유엔의 제재는 6월30일이 시한인 최종 협상이 끝난 뒤 해제하기로 했고 미국과 EU의 제재는 유엔 제재가 풀린 후에도 잠시 유지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이란 제재 해제는 미국과 이란 모두 핵협상에 부정적인 자국 보수파 의회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되도록 유리하게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 10년 후 우라늄 농축 가능한가
우라늄 농축활동에 대해서도 미국은 "이란이 최소 15년간 3.67%를 넘는 농도로 농축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이란은 "이란은 향후 10년간 나탄즈의 5천기로 3.67%의 우라늄 농축을 할 것"이라며 나탄즈 시설에만 한정해 이견을 보였다.
양측 모두 15년간 새로운 농축시설을 도입하거나 신설하지 못한다는 데는 의견이 같지만 10년 이후 우라늄 농축엔 해석이 다른 셈이다. 또 성능이 좋은 IR-4와 같은 신형 원심분리기에 대해선 미국은 최소 10년간 이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못박았지만, 이란은 이에 대한 연구·개발은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앞으로 11∼15년 사이의 기간에 이란은 나탄즈 이외의 핵시설에서 연구를 명분으로 3.67% 이상으로 우라늄 농축 재개에 나서면 이란 핵문제가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
● IAEA 검증 대상은
제재 해제의 조건인 IAEA의 검증 과정 역시 미국은 이란의 모든 핵시설과 채광부터 정련, 농축에 이르는 모든 우라늄 공급선을 사찰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란은 "이란은 IAEA의 추가의정서를 핵활동의 투명성과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자발적이고 임의적인 입장에서 이행할 것"이라며 "이란 대통령과 전문가회의(국가지도자운영회의)의 권한 아래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추가의정서 이행과정이 추인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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