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27)는 이상하리만큼 한국 날씨와 잘 안 맞았다. 켈리가 등판할 예정이거나 마운드에 오르려고 하면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지난달 10일 한화와의 시범경기에 첫 선을 보일 계획이었지만 한파로 취소됐고 이튿날에는 경기 전 눈이 내렸다.
개막 후 지난 1일 국내 데뷔전을 치르기로 했으나 전날 경기가 비로 취소되며 또 하루 밀렸다. 켈리는 2일 인천 KIA전에 마침내 선발 등판했다. 그러나 경기 전부터 강한 바람과 약한 비가 내렸다. 경기를 진행하는데 문제는 없어 켈리는 예정대로 공을 던졌다.
베일을 벗은 켈리는 위력적이었다. 4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다. 총 투구 수는 69개. 직구 최고 시속은 151㎞를 찍었고, 커터는 예리했다. 또 체인지업과 커브로 완급조절을 했다. 켈리의 호투는 5회초 시작 전 쏟아져 내리는 비가 멈춰 세웠지만 향후 기대감을 부풀리기엔 충분했다.
김용희 SK 감독은 3일 목동 넥센전에 앞서 “켈리는 투구 내용도 좋고 잘 던졌다”며 “최용규와의 승부가 16구까지 이어지기도 했지만 마인트 컨트롤을 잘해서 흔들림 없이 던진 게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켈리는 “한국에 온 뒤 가장 좋은 느낌을 받았다”며 “날씨는 내가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웃었다.
?
-한국 무대에서 첫 피칭을 마친 소감은.
“비가 와서 걱정됐지만 괜찮았다. 한국에 온 뒤로 기술적으로나 투구 내용 등 가장 느낌이 좋았다.”
-비 때문에 페이스 조절이 쉽지 않았을 텐데.
“처음엔 중단된 시간이 짧아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두 번째는 시간이 오래 지체돼 던지기 힘들었을 것이다.”
-등판 일정이 잡힐 때마다 공교롭게도 날씨가 좋지 않은데.
“날씨는 내가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비도 오고 눈도 왔는데 내가 봐도 신기할 정도로 한국 날씨와 묘한 인연이 있는 것 같다(웃음). 첫 등판 기록이 사라졌지만 좋은 느낌을 가졌다는 자체에 만족한다.”
-KIA 최용규와 승부할 때 16구까지 가는 긴 승부를 했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승부가 길어지니 그냥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던졌다.”
-시범경기 때보다 스피드가 더 올라와 시속 151㎞를 찍었는데.
“지금 이 정도까지 나왔다는 것은 좋은 징조다. 구속도 중요하지만 제구에 신경을 더 많이 쓸 것이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실전 등판을 하지 않고 루틴대로 시즌을 준비했던 게 도움이 됐는지.
“김용희 감독님이 배려해줘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시즌 개막 전 많이 던지지는 않았지만 준비를 잘 해서 걱정은 안 했다.”
-올 시즌 목표는.
“개인 성적보다는 꾸준히 나가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
목동=김지섭기자 onion@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