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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으로 한국 읽기] 출세욕만 남았다

입력
2015.04.0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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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위해 신의를 저버릴 순 있다. 그런 용기가 진보를 가능케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배신이 난무하는 요즘 야권의 지리멸렬은 저렇게 고상한 명분에서 비롯된 게 아닌 것 같다. 사진은 올 초 국회 정론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신당 합류를 선언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정동영 전 의원. 현재 그는 4ㆍ29 서울 관악을 보궐 선거에 출마한 상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의를 위해 신의를 저버릴 순 있다. 그런 용기가 진보를 가능케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배신이 난무하는 요즘 야권의 지리멸렬은 저렇게 고상한 명분에서 비롯된 게 아닌 것 같다. 사진은 올 초 국회 정론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신당 합류를 선언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정동영 전 의원. 현재 그는 4ㆍ29 서울 관악을 보궐 선거에 출마한 상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소신파는 드물다. 영합이 흔하다. 아첨을 정권과 대중은 좋아한다. 기회주의자가 득세한다. 유난한 현 정부다. 야권도 예외 아니다. 자기부정은 유행이다. 착종 속에 출세욕만 남았다.

“임기 마지막 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개혁안 동시처리가 부담스러웠던 노 대통령은 국민연금만 처리하는 걸로 물러섰다. 그때 어렵게 국회를 통과한 국민연금 개혁안은 1988년 연금 도입 때에 비해 소득대체율이 30%나 낮은 파격적인 안이었다. 유 장관이 입안한 개혁안은 탄탄한 국민연금을 만드는 토대가 됐다. (…) 정치인 유시민은 ‘싸가지 없다’는 한 마디로 폄하되지만 행정가로서의 유시민은 유능했다. 복지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었고 업무에 정통했다.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소신껏 밀어붙였고 책임질 줄 알았다. 복지부 공무원들 사이에선 역대 최고의 장관으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에는 눈을 씻고 봐도 그 같은 장관을 찾아볼 수 없다. (…) “장관이 되면 오로지 국리민복에 충실한 행정가가 되겠습니다.” 유시민과 같은 약속을 하는 장관조차 없으니 그 이상의 기대는 무망하다.”

-유시민이 옳았다(한국일보 ‘지평선’ㆍ이충재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지난달 초 와이티엔(YTN) 신임 사장에 조준희 전 아이비케이기업은행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두 가지 점에서 놀랐다. 첫째는, 수많은 언론인 출신들을 놔두고 언론사 경력이 전무한 사람을 방송사 사장에 앉히려는 발상의 당돌함이었다. (…) 밀실 인사, 낙하산 인사가 분명한데도 와이티엔 내부의 반발이 예상만큼 격렬하지 않은 것은 두번째 놀라움이었다. (…) 뒤이어 연합뉴스 사장이 선임됐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언론 문외한이 아니었다. 신임 박노황 사장은 연합뉴스에서 잔뼈가 굵은 기자 출신이다. (…) 초반의 판세를 보니 예상이 영 빗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사장은 초장부터 주변의 우려와 실망을 자아내는 행보를 연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임하자마자 국기게양식을 강행한 것부터 그렇다. (…) 박근혜 대통령이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한 뒤 국기강하식을 두고 “애국심의 산물”이라고 말했다는 것도 연합뉴스의 ‘애국 코스프레’와 겹쳐져 다가온다. 이런 식의 ‘나라 사랑’이 결국은 ‘정권 사랑’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 며칠 전 몇몇 언론인들의 식사 자리에서 포스코의 경영 실패 문제가 화제에 올랐는데, 참석자 한 사람이 정준양 전 회장의 선임 자체가 잘못됐다며 이런 말을 했다. “유사 이래로 권력은 자격이 충분하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을 놔두고 자격이 모자라는 사람을 중용해 왔다. 왜냐? 자격이 충분한 사람은 자신이 그 자리를 맡은 게 당연하다고 여기고 위의 말을 잘 듣지 않기 때문이다.” (…) 그 말을 이렇게 한번 뒤집어 보면 어떨까. ‘권력의 마음에 들기 위해 오버하는 것은 자신의 자격 부족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다.’ 직종 불문하고 높은 자리에 오르신 분들이 한번쯤 음미해 봤으면 한다.”

-언론인 출신이 ‘언론 문외한’보다 못해서야(4월 2일자 한겨레 기명 칼럼ㆍ김종구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정동영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새천년민주당을 깨고 친노(친노무현) 직계들로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는 주역이 됐다. 초대 당 의장과 통일부 장관, 또다시 당 의장을 지내며 ‘노무현 정부 황태자’로 불렸다. (…) 그런 정동영의 입에서 “참여정부 시기에 가장 많은 노동자가 잘리고 죽었고 비정규직이 됐다. 부동산 폭등으로 중하층의 재산가치가 하락하고 중상층은 더 부자가 돼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소리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향해 “(그런 부분에 대해) 먼저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목청을 돋우고 있다. (…) 문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끝나면 국민연금도 소득대체율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 역시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낮추기로 했던 노무현 정부의 2007년 개혁을 거꾸로 뒤집자는 얘기나 다름없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 ‘성공과 좌절’에서 “나와 우리 사회에 이익이 되느냐를 따져보기 전에, 당장의 이해관계와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기회주의”라고 썼다. 노무현 정부의 중심에 섰던 두 사람이 서로 삿대질하며 책임 공방을 펴는 모습을 바라봐야 하는 국민들은 거북할 것이다.”

-문재인 vs 정동영, 누가 배신자냐(동아일보 ‘박성원의 정치해부학’ㆍ논설위원) ☞ 전문 보기

“사람은 대부분 어느 정도 위선자이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자기 논리가 있다는 걸 인정해줘야 한다. 그럼에도 넘어서는 안 되는, 넘는 순간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경계벽’은 있다. 그 벽은 자신의 과거로 쌓아올린 것이다. 한때 남들보다 높고 힘세거나 명예로운 자리를 누렸을수록 경계벽은 높고 좁다. (…) 자신을 대통령 후보로 뽑아준 당을 떠나 지역구 의원직을 찾아 떠도는 정동영씨는 이런 룰을 위반한 것이다. (…) ‘전국 정당’의 기치로 열린우리당을 만들었고 그 정권에서 법무장관을 한 천정배씨가 이제 광주에 달려가 ‘호남 정치 복원’을 외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 높은 자리에 있을 때 품위를 내세우는 것은 쉽지만 물러나서 품위를 지키는 것은 오래된 인격 단련과 자기 절제를 필요로 한다. 요즘에는 잘나가는 사람들의 인생 후반부가 너무 쉽게 구질구질해지는 모습을 본다. (…) 과거에 히말라야 등반을 따라가 보면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힘들고 사고가 많았다. 인생 후반전에 더 맑은 판단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구질구질한 뒷모습의 政治人(조선일보 기명 칼럼ㆍ최보식 선임기자) ☞ 전문 보기

주말이었던 지난달 28일 정부가 이례적으로 입장자료를 내놨다. 전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인신매매의 희생자”라고 표현한 데 따른 대응 차원에서다. 정부는 “위안부 문제 책임을 민간업자들에게 돌리고 일 정부의 책임을 부인하려는 의도라면 이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려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아세안(ASEAN)+3 정상회의’에서 상면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 연합뉴스
주말이었던 지난달 28일 정부가 이례적으로 입장자료를 내놨다. 전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인신매매의 희생자”라고 표현한 데 따른 대응 차원에서다. 정부는 “위안부 문제 책임을 민간업자들에게 돌리고 일 정부의 책임을 부인하려는 의도라면 이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려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아세안(ASEAN)+3 정상회의’에서 상면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 연합뉴스

사실은 무르고 쉽게 물든다. 의견이 부수고 흐리기 일쑤다. 그 왜곡을 더러 추상이 덮는다.

“교과서는 좌우 어느 쪽이든 특정 사관을 주입시키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역사교과서는 아이들이 다른 책보다 유난히 들기 싫어하는 교과서일 뿐이다. 대작 ‘볼셰비키혁명사’를 쓴 E.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에 비춰진 과거의 허상’이라는 인식도 널리 퍼져있다. 그러나 이를 현재의 필요에 따라 과거를 얼마든지 다른 모습으로 비출 수 있다거나, 과거의 사실조차 마구잡이로 취사선택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현재가 늘 평평할 수 없는 거울이더라도, 여러 거울에 비추면 실상(實像)을 더듬을 수 있다. 가까이서는 곰보자국만 보여도 멀리서는 미인일 수 있듯, 역사의 빛과 그림자도 늘 함께 보아야 한다. 새는 두 날개를 펴고 날지만 몸통은 가운데 있다. 좌우로 기운 역사인식의 희석과 수정 없이는 느긋한 역사산책은 불가능하다.”

-역사교과서의 제자리(한국일보 ‘황영식의 세상만사’ㆍ논설실장) ☞ 전문 보기

“모바일이 대세가 되면서 기억의 저장소는 어느덧 스마트 기기로 넘어갔다. 머리가 기억의 공간으로 쓰이는 일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제 사람들의 기억을 지배하려면 인터넷을 장악하면 된다. 실제로 연예인의 스캔들이 터질 때면 인터넷 선점 작전이 벌어지곤 한다. 문제가 된 연예인과 관련된 다른 글을 무더기로 올려 스캔들이 검색되지 않도록 기획하는 것이다. 작전이 성공하면 스캔들은 기억의 밑바닥으로 가라앉게 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인신매매에 희생당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 ‘위안부=인신매매’ 등식은 일본 총리의 발언으로 다수의 기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강제 연행’이나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같은 기억을 밀어내는 것이다. (…) 광복 70주년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억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억의 승자(동아일보 ‘광화문에서’ㆍ이진 오피니언팀장) ☞ 전문 보기

“통계의 탈을 쓴 디테일은 막강한 힘을 갖는다. (…) 그렇지만 통계는 불완전하고 오염되기 쉬운 존재이기도 하다. (…) 누군가 통계를 진실이라고 주장할 때 통계는 진실을 억누르는 악마로 돌변하기 십상이다. 빌 게이츠는 매년 꼭 읽어야 할 책 목록을 여러 방식으로 소개해왔다. (…) 그중 하나가 미국 작가 대럴 허프가 1954년에 쓴 ‘How to lie with statistics’다. 국내에서는 『새빨간 거짓말, 통계』로 출간됐다. 책에는 기묘한 방식으로 통계를 조작하는 사례가 무수히 등장한다. (…) 불완전한 통계를 근거로 미래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실증적인 사례가 ‘9호선’ 사태다. (…) 개통을 4년 앞둔 2005년 정부출연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이 24만 명이라는 숫자를 내놓았다. (…) ‘24만 명’에 따라 민간투자자가 ‘4량 전동차량’을 배치했다. 다른 노선이 8량, 10량인데 비해 터무니 없이 적었다. 실제 개통해보니 이용객은 38만 명이나 됐다. (…) 부실하거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통계는 신뢰의 파괴자다. 미래를 뒤틀리게 보이게 하는 색안경이다. 정책이 실패했을 때 정책 집행자만큼이나 조사기관의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적으로 깨끗하고 신중한 통계가 나온다.”

-수치에 숨어 있는 ‘악마’(중앙일보 ‘이규연의 시시각각’ㆍ논설위원) ☞ 전문 보기

“지표만 보면, 우리 경제는 별 탈 없이 잘 굴러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왜 틈날 때마다 ‘저성장 고착화’ ‘디플레이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답습’ 우려를 들먹이며 은근히 위기론을 퍼뜨렸는지 모르겠다. 우리 편이 위기론을 펴면 괜찮고 상대편이 그러면 안 된다는 말인가.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개선되고 있”다는 경제의 온기를 실감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 많은 사람들에게 경제 개선 효과는 남의 얘기일 따름이다. (…) 청와대는 또 “박근혜 정부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경제민주화 입법을 추진”, “서민 주거안정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 맞춤형 대책으로 국민 주거안정에 기여” 따위의 주장을 폈다. (…) 청와대가 자신이 보고 싶은 자료에만 주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태에서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긴 어렵다. 청와대가 균형 감각을 찾아야 한다.”

-청와대는 좋아지는 경제지표만 챙기나(한겨레 ‘아침 햇발’ㆍ이경 논설위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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