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무장단체 알샤바브, 기숙사 방문 열고 일일이 종교 물어
이슬람교 학생들에겐 대피 허용, 인질극 벌인 대원들 전원 사살돼
케냐 북동부 가리사 대학 캠퍼스에 2일 소말리아 과격 이슬람 무장단체인 알샤바브 대원들이 난입, 기독교도만 골라 내 총을 쏴 147명이 사망했다고 AP가 3일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AK-47 소총을 들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알샤바브 대원들이 2일 오전 5시30분쯤 가리사 대학 기숙사 건물에 침입해 폭발물을 터트리고 학생과 보안요원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당시 학교 기숙사의 총 6개 동에는 학생 815명과 직원 6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케냐 재난관리센터는 사건 발생 다음날인 3일 트위터를 통해 “모든 학생들의 생사를 확인했다”면서 “지금까지 147명이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 79명을 치료하고 있으며 살아남은 학생들은 학교 밖으로 전원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알샤바브 대원들은 사건 당시 이슬람교도가 아닌 기독교인들을 집중적으로 골라내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던 콜린스 웨탕굴라 가리사 대학 학생회 부회장은 영국 인디펜던트에 “알샤바브 대원들이 기숙사 방문을 열고 안에 숨은 사람들에게 기독교도인지 이슬람교도인지 일일이 물었다”면서 “이후 총성과 비명 소리가 계속 들렸다”고 말했다. 알샤바브 대원들은 학생들을 종교 별로 분류한 뒤 이슬람교도 학생들은 현장에서 벗어나도록 허용했다고 AFP는 전했다.
알샤바브 대원들은 기숙사 내에서 인질극을 벌이다 사건 발생 13~15시간 만에 모두 사살됐다. 조지프 은카이세리 케냐 내무장관은 “진압과정에서 무장대원들이 몸에 두르고 있던 폭발물을 터트려 경찰관 수 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앞서 알리 무함마드 레이지 알샤바브 대변인은 AFP와의 통화에서 “우리 대원들이 그곳(가리사 대학)에 여전히 있으며, 그들의 임무는 알샤바브에 대항하는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라며 이번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혔다. 케냐가 최근 알샤바브 소탕을 위해 아프리카연합(AU) 평화유지군과 함께 자국군을 소말리아로 보내자 알샤바브는 보복 공격에 나서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번 공격으로 147명이 사망하면서 1998년 케냐 나이로비의 미국 대사관에서 알카에다의 차량폭탄 공격으로 213명이 숨진 이래 케냐에서 벌어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알샤바브는 지난 2013년에도 나이로비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을 공격해 한국인 여성 1명 등 67명이 사망했다.
알샤바브의 전신은 소말리아 강경조직 알이티하드 알이슬라미(AIAI)로, 2003년 정치 세력화를 원하는 구세력과 이슬람 근본주의를 주창하는 신 세력의 갈등 속에 갈라져 나왔다. 알샤바브는 이슬람법정연대(UIC) 군벌과 결탁해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를 잠시 장악했지만 미국을 등에 업은 에티오피아군에 밀려 축출됐다. 이 과정에서 알샤바브의 과격 성향이 심화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은 2013년 알샤바브를 국제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고 케냐 정부 등의 협조로 소탕작전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엔 소말리아ㆍ에리트리아 감시단에 따르면 알샤바브는 자신들의 점령 지역에서 공항과 항구 이용비, 서비스 세금, 지하드(성전) 기부 등의 명목으로 연간 약 1억 달러(약 1,000억원)의 자금을 조직 운영자금으로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샤바브의 총 대원 수는 약 9,000명으로 추정된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은 이날 유사한 사태에 대처하도록 경찰 1만 명 증원을 서두르라고 긴급 지시하면서, 알샤바브의 대외작전 책임자인 모하메드 모하무드를 이번 사건의 주동자로 지목하고 22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