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처럼 날쌘 봄이 겨울 신발을 밀어내며 슬그머니 산사를 찾아 들었다. 봄볕의 따스함은 견공(犬公)이 먼저 안다. 경북 의성 고운사를 지키는 견공 한 마리가 든든한 점심 공양을 마쳤는지 주지스님 처소 툇마루를 차고 누웠다. 명당도 이런 명당이 없다. 뭇 중생이 오거나 말거나 아무 관심이 없는 걸 보면 거의 해탈의 경지에 이른 듯하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이 녀석은 깨고 나면 염불부터 외울지 모르겠다.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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