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다시 읽고 싶은 책] 주식회사 CEO를 직원들이 선출할 수 있다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다시 읽고 싶은 책] 주식회사 CEO를 직원들이 선출할 수 있다면

입력
2015.04.03 14:59
0 0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김상봉 지음 꾸리에 발행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김상봉 지음 꾸리에 발행

“세계적인 대한항공이 어쩌다 이 모양이 됐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한다. 우리 주주와 종업원이 무슨 죄가 있느냐. 집행부가 오판하고 실수해 대한항공의 이미지가 몰락했다. 거수기 사외이사는 나오지 마라."

‘땅콩회항’ 사건 이후 처음 열린 지난달 대한항공 정기주총에서 한 주주가 이런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재벌기업의 세습경영이 낳는 문제를 천박하지만 그래서 더욱 상징적으로 보여준 그 사건이 화제였을 때 퍼뜩 머리에 떠올랐던 책이 있다.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쓴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이다. 아니나다를까 당시 어느 신문 칼럼에서도 조현아의 행태를 비판하며 이 책을 언급했다.

대한항공이라는 주식회사는 창업을 했고 상당한 지분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씨 집안의 것인가? 주주 승인을 받아서 그들이 경영권을 쥐고 인사권을 사실상 독점하는 것은 정당한 것일까? 그보다 훨씬 낮은 지분을 가진 이건희 집안의 경우는 어떨까? 책의 문제의식을 한국사회에 대입하면 이런 질문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의 주장을 대단한 도발이나 실현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거나,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하자는 소리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책의 요지는 이렇다. 저자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로 국민의 이해를 대변할 의원을 뽑고 대통령을 선출하듯 기업 구성원인 노동자가 경영자를 뽑아서 안 될 이유는 무엇이냐고 묻는다. 회사는 국가와 달리 사적 소유의 대상이라고 다들 말할 것이다.

저자는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주식회사는 달리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식회사는 주주의 자본금 납입으로 설립되지만 등기를 마침과 동시에 그 자체로 하나의 법적인 인격체가 된다. 노예사회가 아닌 이상 한 인간을 다른 인간이 소유할 수 없듯, 주식회사 역시 누구에게 소유되는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주체'라는 것이다. 이런 식의 사고가 필요한 것은 주식회사가 국가의 통제를 이미 넘어서 있고, 심지어 ‘주식회사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보여주듯 국가마저 닮고자 하는 존재가 돼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에 대한 여러 반론 중에서도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 일사불란한 리더십으로 성과를 거두는 기업에서 그 같은 체제는 무리라는 현실론은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아테네에서는 심지어 군대에서 병사들이 장군을 선출했다. ‘키친아트’ 같은 노동자가 주인인 기업(협동조합과 또 다르다)의 성공 사례도 그럴 듯한 답이 된다.

효율에 대한 고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접근으로 노동자는 비로소 기업의 예속물이 아니라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이 책의 근본적인 문제의식이다.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은 이해가 엇갈리는 노사,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 등 후기자본주의의 갈등을 풀어갈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노조를 허락하지 않았던 삼성 입사가 국가고시 합격보다 더 어려운 시절이다. 그런 취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