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핵협상 잠정 합의안이 마련되면서 장기 교착상태에 놓여 있는 북한 핵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란과 북한의 핵 문제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두 사안 모두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체제 유지와 직결돼 있는데다 미ㆍ중ㆍ러 등 주요 국가들이 두 협상의 공통분모로 참여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이란 핵협상이 북한 핵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 정가에선 북한 핵협상 전망과 관련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동시에 존재한다.
우선 낙관론은 미국이 협상 시한을 수 차례 연장해가면서까지 이란 핵협상을 타결한 만큼 북핵 문제에서도 '대화와 협상'의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논리다. 임기 말 '업적쌓기'(legacy building)에 나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의 국교정상화, 이란 핵 협상 타결에 이어 북한과도 역사적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이전 북한, 쿠바, 이란 등 3개국을 거론하며 '적과의 악수'를 하겠다고 천명했다. 쿠바와 이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유일하게 북한 문제만 첫 단추를 끼지 못했다. 미국 보수언론 워싱턴타임스의 블로그인 ‘인사이드 더 링’은 최근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궁극적으로 정상화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은밀히 북한과 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미 정부 내에 이란과 북한의 핵문제를 별개의 사안이자 차원이 다른 문제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편입된 상태에서 평화적 핵이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NPT 체제 밖에서 3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했다. 토니 블링큰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달 19일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오바마 행정부 출범 당시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고 핵실험도 했지만, 이란은 핵무기를 갖고 있지도 않고 실험도 하지 않았다. 두 나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과 새로운 협상에 나설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 한계론과 함께 2012년 '2·29 합의' 때처럼 협상을 시도했다가 또다시 판이 깨질 경우 정치적 부담이 배로 늘어나게 되는 점도 비관론에 무게를 더한다.
더욱이 미 정치권이 향후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북한 등 외교적 현안이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또 북한 역시 임기가 끝나가는 현 정부보다는 차기 정권과의 '거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역시 북핵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는 한 요인이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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