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시즌 개막 전 전문가들은 “첫 20경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각 팀들의 전력 평준화 속에 분위기를 먼저 잡는 팀이 장기 레이스를 유리하게 끌고 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삼성의 통합 5연패를 저지할 강력한 대항마로 평가 받는 SK는 정중동(靜中動) 모드다. 시즌을 길게 보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겠다는 의도다. 김용희(60) SK 감독은 “144경기 체제에서 2~3주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편이 좋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의 관리는 선발 투수들의 투구 수에서 잘 나타난다. 첫 3경기에서 세 명의 선발 트래비스 밴와트와 윤희상, 김광현 모두 100개를 채우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나선 밴와트는 90구, 29일 선발 윤희상은 81개의 공을 던졌다. 윤희상의 경우는 승리 투수 요건을 눈앞에 두고도 계획된 투구 수(80개)를 넘어서자 지체 없이 바꿨다. 1일 KIA전에 나간 에이스 김광현 역시 95개를 던지고 내려갔다.
이달 말까지 선발 투수들의 투구 수를 100개 이하로 한다면 반대급부로 중간 투수들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김용희 감독은 “선발이 효율적인 투구로 이닝을 가급적 길게 끌고 가는 것이 가장 좋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뒀다”며 “중간에서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채병용이나 고효준이 있다. 필승 계투조 또한 연투에 대비해 투구 수를 적당한 수준에서 끊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부상 관리 역시 조심 또 조심한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생각이다. 간판 타자 최정은 개막전부터 선발 출전 의지를 내비쳤지만 김 감독은 그를 벤치에 앉혔다. 시범경기에서 허리와 손목이 좋지 않았던 최정에게 완벽한 상태로 회복할 시간을 주고 싶었다. 그러고 나서 최정은 1일 KIA전에 3번타자 3루수로 시즌 첫 선발 출전했다. 또 시범경기 도중 무릎을 다쳐 2개월간 공백이 생긴 외야수 김강민의 복귀 시기에 대해서는 “시간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신중하게 판단할 뜻을 내비쳤다.
초반에 몸을 낮추는 전략을 택한 김 감독은 “(치고 올라가기 위해) 예상으로 잡고 있는 시점은 있다”고 자신했다. 지난해까지 9개 구단 체제에서 팀마다 돌아가며 휴식을 취해 힘을 비축했던 것과 달리 올 시즌은 쉼 없이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만큼 김 감독은 체력 소모가 큰 한여름이 순위 싸움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천=김지섭기자 onion@sporbiz.co.kr 사진=김용희 SK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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