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6년, 공권력의 이름으로 한 여성을 유린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름 대신 ‘권양’이라는 성으로만 존재했던 여성이었다. 서울대 재학 중 경기 부천시의 한 의류공장에 위장 취업했던 권인숙은 그 해 6월 주민등록증 위조혐의로 부천경찰서에 연행됐고 형사 문귀동으로부터 변태적인 성고문을 당했다. 수치심을 무릅쓴 고소 결과는 참담했다. 문경장은 권양을 되레 명예훼손과 무고혐의로 맞고소했고 검찰은 “성을 혁명의 도구로 사용한다”며 문씨 손을 들어줬다. 황당한 수사 발표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고 이는 이듬해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과 함께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1988년 4월 9일, 사건 발생 1년 9개월 만에 법정에 선 문씨가 법원에 의해 직권 구속돼 인천교도소로 향하고 있다.
손용석 멀티미디어부장 stones@hk.co.kr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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