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에서 정규·비정규직 만나
정부가 내놓은 종합대책 비판
"성과대로 돈 준다는 직무급제, 정규직을 또다른 비정규직 만들 것"
“이마트가 기획한 거의 모든 내용이 박근혜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이런 내용은 올 들어 사측에서 완성됐습니다. 노동자들의 상황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비정규직 장그래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면 정규직을 대표하는 오과장의 대답은 어땠을까. 2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 장그래와 오과장들이 한데 모였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이 노동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따져보기 위해서다. 호텔 및 유통업계 정규직 종사자, 제조업 사내하청 노동자, 단시간 학교 돌봄전담사 등이 참석했다. 당시 정부는 대책안이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고 노동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부안은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정규직 임금체계 전환, 정규직 일반해고 요건 완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바람과 달리 비정규직, 정규직 모두 정부 대책안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규직인 전수찬 이마트노동조합 지부장은 “직무급제를 적용 받는 이마트 내 ‘전문직2’ 직군 1만7,000명은 10년을 다녔는데, 어제 입사한 신입사원과 동일한 임금을 받고 있다”며 “정부가 기업들이 보다 쉽게 정규직을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으로 만들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려 한다”고 꼬집었다.
임금체계 전환의 한 방법으로 거론되는 직무급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되, 늘어날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호봉제가 아니라 직무평가를 통해 급여율을 결정해 주는 제도. 이마트는 2007년 비정규직 출납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방식을 도입했다. 그러나 출납원들의 시급은 2005년 4,100원에서 지난해 5,670원으로 10년 간 고작 1,500원 올랐을 뿐이다. 겉으론 정규직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저임금을 고착화하는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설명이다.
35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 중 본인이 원할 경우 최장 4년 더 일하게 하는 방안은 어떨까. 앞서 2009년 이명박정부에서는 영어회화 전문강사에 한해 영어 공교육 강화를 꾀한다는 취지로 이 제도를 도입했었다. 그러나 영어회화 전문강사들을 대신해 나온 배동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영어회화 전문강사 제도 도입 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6,000명에 달하던 강사들 가운데 단 한 명도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가 없다”고 증언했다. 이미 실패로 끝난 정책을 박근혜정부가 면밀한 고려 없이 다시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이들은 또 정부가 아무리 그럴싸한 대책을 내놔도 기업들은 ‘경영상 이유’를 내세워 권고사직을 압박하고, 대기발령을 내는 등 부당한 방식으로 해고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정리해고를 당한 윤유석 금속노조 마리오아울렛 분회 부분회장은 “노동자들이 보다 안정된 삶과 제대로 된 대우를 받기 위해 기업이 노동자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법적 규제와 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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