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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가로막는 외국의 '황당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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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가로막는 외국의 '황당 규제'

입력
2015.04.0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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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장품 라벨 부착 금지하고

칠레, TV인증 기관없이 인증 조건

노르웨이는 규제장치 공표도 안해

지난해 말 전세계 화장품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이 올해 7월부터 화장품 용기에 제품명을 표시하는 라벨을 붙이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중국에 워낙 가짜가 넘치다 보니 가짜 라벨을 붙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새로 만든 규제다.

이렇게 되면 7월부터 중국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업체들은 라벨 대신 용기에 아예 제품명 등을 인쇄해야 한다. 한마디로 중국 수출용 화장품 용기를 따로 만들라는 조치다.

그렇다고 중국에 화장품을 수출하기 위해 중국 수출용 용기 시설을 새로 만들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중국의 규제는 또다른 무역 장벽인 셈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 황당한 규제들이 보이지 않는 무역 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보다 못한 세계 각국이 지난달 17~19일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기술장벽 위원회에 모였다. 국가기술표준원도 참석해 우리의 수출에 걸림돌이 되는 시급한 21건의 현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중국은 라벨링 금지 조치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표준원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지난해 2억1,000만달러를 중국에 수출했는데 라벨링 금지 조치를 내리면 화장품 용기를 새로 만들어야 해서 문제가 심각하다”며 “우리보다 중국에 화장품을 많이 수출하는 프랑스 일본 미국도 반발해 중국이 해당 규제를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칠레의 TV 인증 조치도 황당한 규제 중 하나다. 칠레는 올해 6월1일부터 외국산 55인치 TV의 경우 소비전력 충족 인증 라벨을 붙인 제품만 판매하도록 조치했다. 문제는 아직까지 칠레에 이를 시험해서 인증해 줄 기관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4,330억원 규모의 TV를 칠레에서 판매한 국내 전자업체들은 보다 못해 칠레에 인증 기관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칠레는 뒤늦게 지난달 말 시험기관과 인증기관을 각 2곳씩 만들었으나 TV 수입물량을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양 측은 이 문제도 회의에서 논의해, 한국에서 시험을 통과한 TV들도 인정을 하기로 하고, 인증 라벨은 추후에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노르웨이는 새로 마련한 규제 장치를 공표하지 않은 채 수입제품에 제동을 걸어 다른 나라들의 반발을 샀다. 노르웨이는 올해 2월부터 공산품에 유해화학물질인 브롬계 난연제 물질 2종의 사용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도 이를 공표하지 않았다. 노르웨이가 금지한 두 물질은 가전제품이나 건축 내장제가 불에 타지 않도록 하는 물질로, TV 냉장고의 외관 플라스틱, 벽면 장식품 등 공산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WTO 협정에 “환경보호나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쳐 조치가 시급한 경우 먼저 시행하고 나중에 통보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악용한 것이다.

이 사실을 얼마 전 알게 된 국내업체들은 수출을 중지하고 이미 노르웨이로 송출된 제품과 물량 파악에 나섰다. 지난달 13일 업계의 애로사항을 접수한 정부도 노르웨이에 공식 이의 제기 서신 발송 및 양자 협의 등을 통해 대응할 계획이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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