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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배ㆍ보상 발표 유감

입력
2015.04.0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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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유족, 구조된 승선자 본인.

해양수산부가 1일 내놓은 세월호 배ㆍ보상 지급기준 자료에는 인적손해 배상금 신청 대상자가 이렇게 두 부류로 분류됐다. 세월호 참사로 사망하거나 실종된 이들은 ‘희생자’로, 당시 세월호에 타고 있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이들은 ‘구조된 승선자’로 명시된 것이다. 세월호 배ㆍ보상 지원단 한 관계자는 “배ㆍ보상 내용이 동일한 사망자와 실종자를 한 부류로 묶기 위해 ‘희생자’라는 표현을, 그리고 이들과 구분을 하기 위해 편의상 ‘구조된 승선자’라는 표현을 썼다”고 했다.

‘구조된 승선자’란 표현이 못내 거슬렸던 건 사고의 슬픔과 아픔을 적잖이 담고 있는 ‘희생자’에 비해 ‘구조는 완료됐고 현재 무사하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용어에선 지난 1년 간 생존자들이 겪었을 고통이 전혀 전해지지 않는다. 정부 말마따나 너무나도 편의적이다. 사고 당시 마지막까지 배에 남아 단원고 학생들을 구해 ‘세월호 의인’으로 불렸던 김모씨가 경제적인 어려움과 외상 후 스트레스로 자살을 시도한 게 불과 2주전일 정도로 아픔은 현재 진행형인데 말이다.

더욱이 ‘구조된’이란 수식어를 주저 없이 쓰는 데에도 거부감이 든다. 사고 직후 해경은 기울어진 배에서 뛰어 내린 사람들을 건져 올렸을 뿐 선내 진입이나 퇴선방송 등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하지 않았고 이후 골든타임을 그대로 허비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참사로 이어졌다. 그들을 구조한 건 그들 스스로였지, 정부가 아니었다.

발표 시점도 아쉽다. 상당수 유가족들은 이번 발표를 1주기 이후로 미뤄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세월호 인양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4ㆍ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이 중단되는 등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니 뒤로 미뤄달라는 거였다. 하지만 정부는 “특별법 시행에 따른 조속한 절차 진행”이란 명분으로 이를 무시했다. 6개월인 배ㆍ보상 신청기한 또한 슬픔이 가시지 않은 유가족과 생존자들에게는 너무 촉박해 보인다. 한 변호사는 “이들이 심신을 추스르는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며 “진실규명이 먼저라는 생각에 배ㆍ보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가 큰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렇게 서두른 발표가 코 앞으로 다가온 재ㆍ보선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한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런 것들이 사소한 트집이거나 지나친 억측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을 테지만, 이 모든 것들이 유가족과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진심 부족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싶다.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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