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챔피언 OK저축은행
7년 쉰 김세진 감독 발탁부터 홈팬에 댄스 선물까지 남달라
구단 선수 영입 지원도 큰 몫
OK저축은행이 프로배구 남자부 V리그 우승컵을 거의 독식해 왔던 신치용(61) 감독의 삼성화재를 무너뜨린 것은 배구판 최대의 ‘기적’으로 꼽힌다. OK저축은행은 거짓말처럼 1일 만우절에 삼성화재를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하지만 OK저축은행은 시나브로 기적을 ‘기획’해 왔다.
지난해까지 OK저축은행 배구단의 이름은 러시앤캐시였다.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가 네이밍 스폰서로 프로배구 V리그에 입성했다가 아예 구단을 인수한 것.
2013년 5월 창단한 러시앤캐시 배구단은 김세진(41) 전 KBSN 스포츠해설위원을 초대 감독으로 선임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다. 7년 반 동안 코트를 떠나 마이크를 잡고 있던 그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이다. 이때만 해도 삼성화재 출신인 그가 친정팀의 아성을 무너뜨리라고는 상상치 못했다.
창단 첫 시즌이었던 2013~14시즌 꼴찌에서 두 번째로 정규리그를 마무리하긴 했지만 이때부터 OK저축은행은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역대 신생팀 최다승인 11승 기록을 세우며 창단팀에 보내는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민규(23) 송희채(23) 송명근(22) ‘경기대 트리오’뿐만 아니라 김규민(25) 정성현(24) 등이 신인 드래프트로 대거 유입된 것도 현재 OK저축은행의 넉넉한 자산이 됐다. 세계 정상급 센터인‘시몬스터’ 로버트랜디 시몬(28ㆍ쿠바)을 영입한 것 역시 2014~15시즌엔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굳은 의지의 신호였다. 구단주인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은 ‘배구단의 요구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OK’했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2014년 OK저축은행은 정규리그 1라운드부터 파란을 예고해다.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영원한 챔피언’ 삼성화재를 3-1로 꺾었다. 대한항공, 현대캐피탈도 차례로 무너뜨리며 1라운드 6전5승을 거뒀다. 이때부터 OK저축은행은 연패를 당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팀을 정도로 승리가 당연한 팀이 됐다. 배구팬들의 인식 속에 이미 OK저축은행은 ‘강팀’으로 자리잡았다.
올 2월부터는 새 유니폼을 입었다. ‘기적을 일으키자’를 구단의 슬로건으로 정하고 이를 선수들의 가슴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디자인의 유니폼을 만들었다. 새 유니폼과 함께 선수들은 가슴에 기적을 품은 채 팀 창단 이후 최다 8연승까지 내달렸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꽃다운 단원고 학생들을 대거 잃고 ‘우울증’을 앓던 안산 시민들의 마음도 함께 열리기 시작했다. 연고지 협약을 맺은 지 1년 만에 상록수체육관의 주말은 시민들로 가득 찼다. 고공행진하는 팀의 성적이 자연스레 시민들을 체육관으로 불러들인데다가, 연고지 정착을 위해 손발을 걷어붙인 구단 직원들의 구슬땀이 밑바탕이 됐다. 선수들 역시 홈 관중의 열띤 응원을 자양분으로 삼았다. 정규리그에서만 홈경기 9연승을 달성하며 상록수체육관을 상대팀의 ‘무덤’으로 만들었다. 경기가 끝난 후 홈 관중에게 선물하는 선수들의 열혈 댄스는 상록수체육관만의 명물이 됐다. OK저축은행과 안산시는 내달 초 안산에서 열리는 축제 기간에 육군 51사단에서 내주는 군용 지프 차량으로 선수단의 카퍼레이드를 하기로 했다.
한편 배구단을 운영하는 모기업 OK저축은행의 이미지까지 동반 상승했다. 배구단 운영으로 모기업의 이미지가 좋아져, 지원자 스펙과 지원율이 크게 올라섰다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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