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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숙아에 초유 주는 방법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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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숙아에 초유 주는 방법 찾아냈다

입력
2015.04.0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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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안 점막에 묻혀 면역력 강화

서울대병원 연구팀서 방법 고안

소화력이 떨어져 엄마 초유를 먹을 수 없었던 미숙아들에게 손쉬운 방법으로 초유를 먹여 면역력을 높이고 패혈증 위험률을 낮출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의대 소아청소년과 김한석(서울대병원)ㆍ이주영(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팀은 28주 미만으로 출생한 초미숙아 24명을 대조군과 비교하는 2년 간의 연구 끝에 초미숙아에게 구강인두(양쪽 볼 점막)를 통해 초유를 투여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초유가 면역력 등에 좋다는 사실은 앞서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문제는 미숙아가 젖 빠는 힘이 없고 흡수력이 떨어져 초유를 먹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초미숙아의 구강인두에 초유를 묻히는 방법을 고안했다. 구강인두는 인체 내부가 외부와 만나는 점막으로, 이곳에 있는 점막면역 림프조직의 면역글로불린A, 락토페린, TGF-beta 등 여러 면역인자들은 외부에서 침입하는 세균과 바이러스, 진균 등에 대해 1차 방어작용을 한다.

연구팀은 산모에서 출산 직후 나오는 첫 모유인 초유를 받아 미숙아들의 볼 안 왼쪽과 오른쪽 점막에 각각 0.1㎖씩 살짝 발랐다. 이 같은 방법을 3시간마다 반복해 총 72시간 동안 계속했고, 대조군(24명)에는 증류수(0.2㎖)를 같은 식으로 주입했다.

연구결과 1주째 요중 면역글로불린A(immunoglobulin A) 농도가 초유 투여군(71.4ng/g)에서 대조군(26.5ng/g)에 비해 의미 있게 높게 나타났다. 면역글로불린A는 면역에 관계하는 혈청 성분이다. 신체 방어역할에 도움 주는 요중 락토페린(lactoferrin) 농도도 초유 투여군(3.5ng/g)이 대조군(0.9ng/g)보다 훨씬 높았다. 락토페린은 초유에 함유된 항균ㆍ항바이러스 물질로 모유를 통해서만 신생아에 공급된다.

몸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인자인 요중 인터루킨-1베타(interleukin-1β)의 농도도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 2주째 이 농도를 측정한 결과 대조군이 91.8ng/g인데 비해 초유 투여군은 55.3ng/g로 낮았다. 패혈증 발생률도 대조군이 92%인 반면, 초유 투여군은 50%에 그쳤다.

이주영 교수는 “소량의 초유를 구강인두에 묻혀 주는 것만으로도 감염 위험이 매우 높은 미숙아의 면역기능을 잠재적으로 높여 패혈증이나 폐렴, 괴사성 장염 등의 발생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말했다. 김한석 교수는 “초유의 장점은 많이 알려졌지만 초유를 못 먹는 초미숙아를 위한 방법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며 “이 방법은 간단하고 모유를 먹을 수 없는 상태의 미숙아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소아과학회지(Pediatrics)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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