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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의 직구로 '마구'를 만드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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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의 직구로 '마구'를 만드는 사나이

입력
2015.04.0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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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왼손 선발투수 유희관, 구속은 아마급 제구력은 역대급

우타자들, 몸쪽 볼에 손도 못대… 김성근 감독 "똑똑한 투수" 극찬

프로야구 두산과 한화의 올시즌 첫 번째 맞대결이 열린 1일 대전구장. 두산 왼손 선발 유희관(29)은 3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던지다 3-0으로 앞선 4회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선두 타자 이용규에게 중전 안타, 3번 김경언에게 기습 번트 내야 안타를 맞고, 4번 김태균은 볼넷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유희관은 모건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1실점했을 뿐 후속 타자를 범타 처리했다.

힘이 좋은 6번 우타자 김회성에게 던진 몸쪽 직구 1개가 유희관도, 팀도 살렸다. 1사 1ㆍ3루 타점 찬스에서 타석에 선 김회성은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초구 몸쪽 직구에 파울, 2구 역시 직구에 큰 헛스윙을 했다. 이어진 3구째. 두산 포수 양의지는 다시 한 번 타자 몸쪽으로 붙어 앉았다. 1구부터 3구까지 연거푸 몸쪽 직구를 요구하는 과감한 볼배합이었다. 그리고 유희관은 포수의 요구대로 정확히 몸쪽 직구를 찔러 넣었다. 대전구장을 숨죽이게 만든 스탠딩 삼진, 여기서 이날 승부는 사실상 두산 쪽으로 기울었다.

이 삼진은 1군에서 가장 느린 직구를 던진다는 유희관이 살아 남는 방법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이 왜 유희관을 극찬했는지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두산전이 우천 취소된 지난달 31일 “유희관은 상당히 좋은 투수다. 연속 안타도, 집중 안타도 맞지 않아 상대가 까다롭게 느낄 수밖에 없다”며 “유희관은 스피드에 욕심 내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기에 지금의 투구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성격도 좋은 아이 같더라. 똑똑한 투수”라고 덧붙였다. 리그에서 가장 정교하다는 제구에 대한 극찬이었다.

유희관이 오른손 타자에게 던지는 몸쪽 직구의 예리함과 가치는 기록으로도 잘 드러난다. 그가 선발로 정착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2년 간 리그에서 가장 많은 루킹 스트라이크(서 있는 자세로 당하는 삼진)를 기록한 투수가 바로 유희관이다. 루킹 스트라이크는 타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이 왔거나, 뻔히 알면서도 구위가 너무 좋아 반응하지 못했을 때 나온다. 타자가 볼카운트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할 때 버리는 공으로도 지켜볼 수 있다. 이런 모든 부분을 통틀어도 유희관의 시속 134~135㎞ 몸쪽 직구는 타자들을 상당히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2014년 유희관의 투구수는 2,992개, 스트라이크는 1,872개였다. 그 중 루킹 스트라이크는 657차례, 비율로 따지면 22%로 이 부문 1위다. 2013년에도 유희관은 21.9%의 루킹 스트라이크 비율로 1위를 차지했다. LG 우규민(20.5%)과 NC 해커(20.3%)가 2,3위이다.

유희관의 결정구는 우타자에게 바깥쪽으로 휘는 싱커다. 하지만 싱커도 완벽한 제구의 몸쪽 직구가 더해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1일 경기에서 김회성이 3구 삼진을 당한 이유도 투 스트라이크 이후 또 한 번 몸쪽 직구가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김회성의 머리 속에는 유인구 1개, 또는 싱커가 있었을 테다.

유희관은 예전부터 “신은 내게 스피드를 주지 않았지만 제구를 주셨다. 오른손 타자에게 던지는 몸쪽 직구만큼은 자신 있다”고 수 차례 밝혔다. 다만 그 동안은 왼손 타자에게 고전해 풀타임 3년 차에도 유희관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 부호가 달렸던 것도 사실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그가 시범경기에서 부진하자 “이제는 왼손 타자에게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유희관은 왼손 타자들에게도 재미를 봤다. 작년까지 던지지 않았던 싱커를 과감히 던지며 삼진을 잡거나 범타로 처리했다. 그는 “캠프 때부터 준비하던 것이다. 처음에는 좌타자 왼쪽으로 휘어 들어가는 공이 사구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싱커를 좌타자에게도 과감히 던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결국 우타자에게 던지는 몸쪽 직구처럼 좌타자 상대의 핵심도 제구였다. 이날 경기 6회말 한화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다는 선두 타자 김경언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공도 싱커였다. 유희관은 “이제는 정규시즌이다. 전쟁이다”며 “더 과감히 홈플레이트 양쪽을 공략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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