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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가정의 골든타임

입력
2015.04.0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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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부 법정에서 만난 아버지들 안타까운 모습 담아 책 출간

"가정이 안전기지가 되게 노력을"

법정에서는 엄해 ‘호통판사’라는 별명도 갖고 있는 천종호 판사는 갈수록 “든든한 나무가 돼 주던 아버지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법정에서는 엄해 ‘호통판사’라는 별명도 갖고 있는 천종호 판사는 갈수록 “든든한 나무가 돼 주던 아버지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법정에 서는 청소년들에겐 따뜻한 아버지 같은 소년판사로, 세상 사람들에겐 만사소년(萬事少年)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비행청소년의 건전한 성장과 재비행 방지를 이끌고 있는 천종호(50)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가 새 책 ‘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우리학교 발행)를 최근 냈다. 소년 법정의 풍경을 다뤄 2년 전 낸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 이후 두 번째 책이다.

천 판사는 “이번 책은 아버지가 없는 아이들, 아버지가 있어도 가정 폭력과 알코올중독 등을 견디지 못해 가출한 아이들이 범죄인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다. 그는 “울타리가 돼 주고 양심을 지키라고 말해 줄 아버지가 사라진 세상에 홀로 남은 아이들은 거칠고 불안한 삶을 이어 갈 수밖에 없고 청소년 비행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덧붙였다.

천 판사는 6년간 소년부 법정에서 만난 아버지들의 모습을 책에 담았다. 그는 “법정에 서는 아이들은 조손 가정 아이들이나 아버지 없이 자라는 한부모 가정 아이들이 많았다”며 “아버지가 있어도 (법정에)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말했다. 또 “아이들의 마음 속 영웅이자 든든한 나무가 돼 주던 아버지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자격을 스스로 박탈한 불량한 아버지들이 많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런 무자격 아버지를 대신해 천 판사는 소년범 아이들에게서 “아버지”라는 소리를 듣는다. 임신한 채로 법정에 선 소녀에겐 배냇저고리를 사 주고, 절도범 소년에겐 용돈을 넣은 지갑을 선물하면서 “돈이 필요하면 훔치지 말고 연락하라”고 말했다.

이번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 중 천 판사는 ‘울지마, 할아버지’에 나오는 신희양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휴대폰을 훔쳐 재판을 받은 신희는 10호 처분(2년간 소년원에 보내지는 소년보호처분 중 가장 무거운 처벌)을 스스로 내려달라고 했다. 신희는 네 살 무렵 부모님의 이혼으로 조부모 손에서 자랐고 이전에는 범죄가 없었다. “고민돼 잠이 오지 않았다”는 천 판사는 결국 10호 처분을 내렸지만 마음은 여전히 불편했다. 그 미안함은 뒤에 신희에게서 “고입 검정에 합격해 잘 적응하고 있다는 편지를 받고 나서 조금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천 판사는 신희가 사회인이 됐을 때 작은 종잣돈으로라도 쓰라고 그 편지 답장 대신 책에 용돈을 넣어 보냈다.

천 판사에게는 자녀 셋이 있다. 그는 “일요일에는 어떤 일도 마다하고 가족과 함께 예배하고 대화하며 시간을 보낸다”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골든타임’이고 가정을 안전기지로 만드는 금쪽같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아버지로서 몇 점인 것 같으냐’ 는 질문에 그는 “제 아버지보다 낮은 것은 확실하다”며 “아이들에게 가난은 물려주지 않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맘대로 하게 해주신 아버지만큼 이 아이들에게 못 해주고 있다고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세상은 버려진 아이들을 간벌해내고 잘난 아이들만 재목으로 키우자고 하지만 버려진 아이들도 행복해지는 숲을 만들고 싶다”면서 “그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필요하고 꿈과 희망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법관의 양심과 아버지의 마음으로 소년범의 대변자 역할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부산=글ㆍ사진 전혜원기자 iamjh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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