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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자소서, 인생 그래프로 밑그림 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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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자소서, 인생 그래프로 밑그림 그려라

입력
2015.04.0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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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ㆍ대학 입학담당관 수백 건 검토

뽑힐 확률 높이려면 남다르게 써야

스토리텔링 등 전략적 글쓰기 필수

자기소개서 작성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국과학영재학교가 이달 2일부터 8일까지 자기소개서와 추천서를 받기 시작했고, 다른 영재고들도 입학 전형에 돌입한다. 영재고 뿐 아니라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 대학들도 자기소개서를 받아 평가한다. 이렇게 제출한 자기소개서는 면접에도 활용되는 만큼 수험생들은 작성할 때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입학 담당관 한 명이 검토해야 하는 자기소개서는 수십건에서 많게는 수백건에 달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내 활동과 경험, 느낀 점과 깨달은 점까지 비슷비슷한 내용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게 현실이다.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다룬 책 ‘합격을 부르는 스토리 자기소개서’의 저자 송원이씨의 도움으로 평가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작성법을 알아본다.

자신만의 장점 ‘스토리’로 녹여내기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정리해 글로 녹여내야 한다. 스토리 안에는 현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자신만의 교훈과 깨달음을 얻어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문제 해결’ 과정이 들어가야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집, 학교, 학원을 돌며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지만, 뻔한 경험이라도 ‘스토리’를 살린다면 차별화된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수 있다. K양은 초등학교 시절 학교 준비물을 잘 챙기지 않고, 약속도 자주 잊어버리는 덤벙대는 성격이었다.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학급 임원이 되니 덤벙대는 성격이 임원 역할을 수행하는데 걸림돌이 됐다. 배려심이 많은 K양은 자신의 성격이 친구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판단하고 성격을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부반장이던 2학년 때는 칠판에 준비물과 숙제를 적었고, 덕분에 자신도 준비물을 잘 챙겨오는 습관을 갖게 됐다. 반장이 된 3학년 때는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중요한 정보를 친구들과 공유했다. 이를 통해 K양은 “진정한 변화는 주변 사람들의 강요로 바뀌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는 존재라는 걸 알고 스스로 달라지는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이후 몸에 밴 꼼꼼함, 준비성을 학업에도 적극 활용했다.

‘인생그래프’와 ‘핵심 단어’ 활용

자신의 차별화된 경험을 찾기 위해서는 ‘인생그래프’를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먼저 A3 크기의 종이에 가로축과 세로축이 좌측 중간 지점에서 만나게 줄을 긋는다. 가로축은 기억나는 가장 어린 나이부터 현재 나이까지, 세로축은 -7점에서 +7점까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숫자를 표시한다. 각 나이별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에 점수를 주고, 점으로 표시한다. 사건은 1년 단위로 1~3개 정도로 정하는 것이 좋다. 인생그래프에 표시한 점을 선으로 이으면 훌륭한 스토리가 탄생할 수 있다.

J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팝가수 마이클 잭슨의 죽음을 접하고 큰 시름에 빠졌다. 사람들은 J양을 화장도 하지 않고 아이돌에 관심이 없는 얌전한 학생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J양은 여러 팝 아티스트와 미국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학생이었다. J양은 국제고에 지원하며 그 열정이 자신의 삶을 얼마나 반짝이게 만들었는지, 영어 실력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를 서술했다. “나는 좀 심심한 모범생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마음에 불꽃을 품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처럼 실제로 시간이 지나며 영어 성적이 얼마나 향상됐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 그래프는 자신의 특징과 장점을 파악하고, 진로와 연결되는 경험으로 정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법학과를 희망한다면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와 함께 처음 법원에 가서 판결 현장을 본 경험을, 외교관을 희망한다면 뉴질랜드에서 유학했던 초등학교 시절 동양인이라고 무시당한 경험을 예로 들어 자신의 진로로 풀어내는 것이 좋다.

이렇게 고른 자신만의 경험을 핵심적인 ‘한 단어와 문장’으로 풀어내야 한다. 물론 한 단어와 문장에도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3년간의 토론동아리 경험에 대해 “토론 동아리 활동을 한 3년 동안 만든 주제별 스크랩북이 100여권이다”로 쓰는 식이다. 같은 사실이지만 그 문장이 내포하는 의미는 훨씬 극적이고 풍부해진다.

숫자도 자신을 표현하기 좋은 단어다. ‘11’은 K군이 좋아하는 축구 선수인 메수트 외질(아스날)의 등 번호다. 하지만 “11, 내가 좋아하는 축구 선수의 등번호”라고 쓰기보다, “11, 내가 좋아하는 축구 선수, 외질의 등 번호를 보면 기분이 좋다”처럼 작은 이야기를 만든다. “나는 축구에 관심이 많다”는 문장이 없어도, K군이 축구를 좋아하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아울러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생생한 묘사와 설명이 어우러져야 한다. 재미있고 생동감 넘치는 자기소개서가 평가자의 이목을 끌기 때문이다. 다음은 묘사를 잘 활용한 자기소개서다.

“00야 공부 잘 하고 있니?”엄마의 발소리에 나는 후다닥 책을 참고서 밑으로 밀어 넣습니다. 그 녀석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래요, 조금만 참기로 합니다. 1시간 뒤에 만나겠습니다. 엄마는 책 읽기가 공부를 방해한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은 잠시 다른 세상으로의 여행, 그 설렘과 호기심이 오늘 나를 책상 앞으로 끌어들입니다.”

어디에도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문장은 없지만, 글 속에는 늘 책을 곁에 두고 싶어하는 학생의 마음이 있다. 이처럼 같은 주제라도 특색 있고 차별화된 표현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한다.

신문 활용해 생각하는 능력 키우기

자기소개서에 들어갈 소재를 발굴하고, 자신의 롤 모델을 발견하기 위해 신문을 활용하면 좋다. 교육시장이 커지며 많은 신문들이 교육 섹션을 따로 만들어 공교육, 사교육의 모범 사례를 발굴하고 있다.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대학에 입학한 사례, 보통 학생들과 다른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는 사례들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기사들을 틈틈이 보고 스크랩해 활용하는 것이 좋다. 글로벌 리더들의 인터뷰를 보며 자신의 롤 모델로 정하거나, 칼럼을 읽으며 전문가의 주장, 근거, 의미를 글에 전개하는 방법을 파악할 수도 있다. 송원이씨는 “일주일에 한시간 씩이라도 신문을 꾸준히 읽으면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도 키우고 자신만의 소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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