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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도 ‘상식 없는 광주’에 쓴소리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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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도 ‘상식 없는 광주’에 쓴소리 냈다

입력
2015.04.0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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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월드컵경기장 설계자 이상림

공간그룹 대표, "경기장 훼손 유감"

"원래 모습 복원 위한 문제점들

발생하면 설계자와 사전 논의해야"

윤장현 시장에 의견서도 전달

광주월드컵경기장을 설계한 건축가도 어지간히 화를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광주시가 광주월드컵경기장의 노출콘크리트 표면 보수공사를 하면서 생뚱맞은 도장(塗裝)방식의 토목공법을 적용해 ‘페인트칠’을 하겠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다. 공공건축물을 문화예술 작품이 아닌 구조물로만 바라보는 공무원들의 편협한 시각에 광주지역 건축사들에 이어 원설계자마저도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고(故) 김수근 선생이 세운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를 이끌고 있는 이상림 공간그룹 대표. 이 지역 전통놀이인 고싸움의 모습을 원용해 광주월드컵경기장을 설계했던 그는 지난 1일 안타까운 마음을 억누르며 윤장현 광주시장에게 보내는 의견서를 썼다. “당사가 설계한 광주월드컵경기장의 노출콘크리트 보수공사와 관련해 공법 선정 등 공사 발주에 앞서 원래 모습을 훼손하지 않고 복원할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원설계자로서 광주시에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의견서 첫머리부터 어떻게 이런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느냐는, 따끔한 일침을 놓은 것이었다. “공법선정에 앞서 원설계자로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현재 매스컴을 통하여 논의되고 있는 사항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판단합니다.”

이어 광주시의 ‘무례’를 에둘러 지적한 그는 “향후 광주월드컵경기장 보수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원래 모습을 복원하기 위해 예상되는 문제점이 있을 경우 사전에 원설계자인 당사와 같이 논의해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며 의견서 작성을 마쳤다. 단 3개 문장으로 구성됐지만 강력한 유감의 메시지가 담긴 이 대표의 의견서는 곧바로 윤 시장 앞으로 우편으로 부쳐졌다.

이 대표의 의견서는 광주시의 건축에 대한 몰이해가 촉발이 됐다. 시가 설계자의 의도와 달리 교량이나 수로, 옹벽 등 주로 토목구조물에 적용되는 공법을 보수공사에 적용, 경기장 외벽 표면을 심하게 갈아내면서 건물 원형뿐만 아니라 건축미까지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이 건축계에 알려지면서다. 건축문화를 선도하고 그 지역의 문화 수준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공공건축물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건축가(설계자)의 의도가 훼손ㆍ묵살당하는 현실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이 모아져 시에 유감의 뜻을 전달한 것이다. 현재 광주시는 “설계자의 의도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준공 당시와 최대한 가깝게 복원하는 보수공사가 필요하다”는 광주시건축사협회의 의견도 묵살한 채 노출콘크리트 복원 능력도 없는 업체에 시공을 맡겨 막무가내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광주 도심 곳곳에 설치된 소형 건축물인 광주폴리가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토목공법 적용으로 인한 광주월드컵경기장 원형 훼손)이 일어난 것은 건축의 비극이며, 광주시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하고, “지금이라도 이런 문제에 대해 공공건축을 책임지는 자치단체가 시각을 바꿔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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