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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활, 진실이 되살아나는 순간

입력
2015.04.0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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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부활을 목격한 자는 여인들 외에 경비병들도 있었다. 그들은 일어난 일을 모두 수석사제들에게 알렸다. 수석사제들과 원로들은 이를 듣고 군사들에게 많은 돈을 주면서 거짓을 말하게 하였다. 그들은 “예수의 제자들이 밤중에 와서 우리가 잠든 사이에 시체를 훔쳐 갔다”며 모사를 꾸민다. 예수를 십자가형에 처할 때도 그렇게 하더니 예수가 부활한 사실도 침묵을 지키자고 한다.

부적절한 동의에 늘 한 몫 단단히 하는 것은 유다도 동의한 것으로, 바로 돈이다. 예수를 죽이기로 작정한 사건이 ‘성전정화’라고 성경학자들은 말한다. 돈과 관련 있다. 유대 종교지도자들과 로마 권력 총독은 그리스도를 거부했다. 예수를 죽이고, 그리스도의 부활을 거부하는데 모두 동의하며 침묵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다가오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특별법은 지난해 11월 통과됐지만 예산, 진상조사를 위한 조직은 정부기구가 된 듯 하다. 국민 60%가 찬성한다(한국갤럽)는 세월호 선체인양도 기약이 없다. 세월호에는 우리 사회에 누적된 부패와 비합리적 관행과 책임부재의 구조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런 것들을 밝혀 바로잡지 않고 우리 사회에 진정한 부활이 과연 찾아올 수 있을까? 악플이 이기는 데는 선플들의 무관심이 한 몫을 한다.

부활은 진실이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진실을 거부하면 진리는 멀리 도망간다. 진실과 진리가 분리되면 모두에게 부적합한 사회가 된다. 죽음이 보이는 세상과의 접촉을 끊게 한다면, 부활은 보이지 않는 세상에 눈을 뜨게 한다. 지상생활이 깨어있는 삶이고 죽음이 잠을 자는 것이라면, 부활의 증인들에게는 지상생활이 잠을 자는 것이고, 죽음은 잠에서 다시 깨어남이며 예수로부터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예수는 지상 생활에서 종종 병자들을 치유하였다. 부활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다. 부활은 전혀 다른 새로운 생명으로 나타나는 그렇게 근본적인 치유로 다가온다. 부활은 자유와 해방 그리고 영원한 생명을 드러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부활은 거짓의 속박에서 해방 되는 완전한 치유를 선물하는 것이다. 일본정부가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진실이 되살아나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부활은 비로소 시작한다.

사람들이 짙은 안개로 길을 잃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서로 헤어지지 않고 함께 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안개가 사라진 다음 즉시 사람 수를 세어보니 모두 살았다. 그들은 “다! 살았다”며, 서로 깊은 포옹과 악수를 했다. 어두운 안개가 우리를 갈라놓아서 서로 알지 못하지만, 우리가 헤어지지 않도록 소리를 크게 지른다면 생명은 안개를 사라지게 할 것이다. 그럴 때 땅 위에 살아있는 모든 이들과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정치ㆍ경제의 어려움, 젊은이들의 일자리 부재 등 어두운 안개 속에서도 모두 일치해 희망을 소리쳐야 한다. 생각과 뜻이 달라도 모두 힘을 모아 나라와 세상의 평화를 위해 손을 맞잡고 크게 소리 질러야 한다. 그대여! 일어나 나아가라.

지난해 8월 한국을 방문한 첫 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청와대 연설에서 “한국의 미래는 이 국민들 가운데 현명하고 덕망있고 영적으로 깊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함께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했고, 한국을 떠나는 날 미사에서 대립과 반목을 넘어선 용서야말로 진정한 화해를 이루고 남북통일과 한반도 평화를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하나입니다. 같은 언어를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족의 언어 말입니다. 이것이 희망의 첫 번째 요소입니다.” 교황은 가족은 품어야 할 사랑의 대상이지 무엇을 베푸는 상대가 아니라며, 남북이 하나가 되는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곽승룡 대전가톨릭대 총장ㆍ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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