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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물원법에 바란다

입력
2015.04.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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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물원 동물의 복지 문제도 새로 조명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동물원의 동물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동물원법도 발의됐다. 앞으로 제정될 동물원법의 방향에 대해 네 가지 제언을 한다.

첫째, 동물원법에 동물원 허가제와는 별도로 동물원 인증제를 시행할 근거를 만들어 두어야 한다. 동물원법은 동물원 동물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 기준을 규정할 수는 있겠지만 국제적 수준의 높은 기준을 법으로 규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미나 유럽의 동물원은 자율적인 인증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법으로 규정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와 과학적인 보전 체계를 갖출 수 있었다.

다만 우리 현실에서는 자율적으로 국제적 수준의 동물원 기준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동물원 인증관리 업무는 동물원수족관협회와 같은 이익단체가 아닌 공공영역에서 맡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가칭 ‘동물원수족관인증원’을 법으로 규정하여 운영할 수 있을 것이고, 여기에는 관련정부기관과 공공기관, 학계, 시민단체, 동물원 인사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동물원법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동물원과 수족관뿐 아니라 사파리형 동물공원, 야생동물 증식복원기관, 곰농장, 미니동물원, 이동식동물원, 사설야생동물 사육시설 등 가축이 아닌 야생동물을 사육하는 모든 형태의 시설과 운영 기준을 규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육의 주체가 민간이든 국가이든 모든 종류의 야생동물 사육시설이 그 대상이어야 한다. 규제되지 않은 야생동물 사육과 방사행위는 야생동물, 가축, 사람 사이 접촉을 촉진시키고, 이것은 비단 동물복지 문제만이 아니라 가축 질병, 생태계 교란, 인수 공통질병 같은 심각한 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동물원법은 동물원이나 야생동물 사육시설에서 최소한의 동물복지와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도록 해야 하지만 동시에 사람의 안전을 위한 대책도 반드시 규정해야 한다. 지난해와 올해 서울대공원과 어린이대공원에서 있었던 사육사 사고와 같은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며, 나아가 동물원 동물과 사육사, 관람객 사이에 전파될 수 있는 인수 공통질병에 대한 대책도 포함해야 할 것이다.

넷째, 동물원의 야생동물 보전은 국가가 해야 할 업무를 일정 부분 위탁받은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위탁한 야생동물 보전 관련 업무를 재정, 행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장치를 동물원법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한다. 다만, 이러한 국가 지원 수혜 기관은 최소한의 법적 기준을 만족시키는 동물원이 아니라 동물원인증원에서 설정한 훨씬 더 높은 기준을 만족시키는 동물원으로 제한해야 할 것이다. 이는 동물원들이 자발적으로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와 보전 업무를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도대체 왜 동물원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우선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하는 이상 다른 생명체를 잘 돌볼 책임이 있다. 이에 더해 우리는 제대로 된 동물원을 육성해야 할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 한국이 세계에서 동물학대국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개고기 식용, 해외에까지 가 보신용 곰 쓸개즙을 구입하는 보신관광 같은 것이 여기에 일조한다. ‘한국은 동물학대국’이라는 이미지는 국내 동물원에 와본 외국인을 통해서도 증폭된다. 한국이 동물학대국이 아닌 모범적인 동물복지국가로 이미지 전환을 위해서는 획기적인 동물원 개선책을 동물원법이 담아내야 할 것이다.

동물원 내부 사정은 동물원에 근무하는 사람이 아니면 알기가 매우 어렵고, 따라서 적극적인 개방과 교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쉽게 외부와 단절되고 국제적인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 우리 동물원도 세계적인 동물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물원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동물원법이 마련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이항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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