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원 1회·함준호 0회 '중도파'
1%대로 금리 낮춘 지난달 회의선
정해방 위원이 동결 소수의견 내
"매파로 변신했나" 추측 나오기도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 1%대로 낮춘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하자는 소수의견을 낸 금통위원은 정해방, 문우식 위원이었다. 두 사람 각자에게 네 번째 소수의견이었지만 시장 반응은 천양지차였다.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 때마다 동결을 주장해온 문 위원과 달리, 정 위원은 줄곧 금리를 내려야 한다며 다른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 비둘기(통화완화 선호)였던 정 위원이 매(긴축 선호)로 변신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등 기준금리 향방을 두고 금통위원 성향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한국일보가 금통위원 7인 중 당연직(한은 총재ㆍ부총재)을 제외한 5명이 참석했던 금리결정회의 의사록 35회분(2012년 5월~2015년 3월)을 분석한 결과 소수의견을 가장 많이 낸 위원은 하성근, 정해방, 문우식 위원(이상 4회)이었다. 정순원 위원은 단 한 차례 소수의견을 피력했고 함준호 위원은 소수의견을 내지 않아 중도파로 분류된다. 함 위원은 지난해 5월, 다른 네 위원은 그보다 앞선 2012년 4월에 각각 금통위원으로 임명됐다.
정해방 위원과 함께 금통위 내 대표적 비둘기파로 꼽히는 하 위원은 2013년 5월 기준금리 인하(연 2.75%→2.5%)에 앞서 넉 달 연속 금리동결 결정에 맞서 인하를 주장했다. 내수 및 투자 부진, 원화절상 압력에 맞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 해 1월부터 3월까지 홀로 금리 인하론을 폈던 하 위원은 4월 두 명의 우군(정해방 정순원)을 얻었고, 결국 7개월 만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이끌었다.
반면 문 위원은 심지 굳은 매파다. 그는 취임 이래 금통위가 내린 여섯 번의 금리 인하 결정 중 처음 두 번을 제외하곤 줄곧 소수의견을 냈다. 이주열 총재 취임 이후 단행된 세 번의 금리 인하 때는 “지금의 경기 부진은 재정정책 강화로 대응해야 하며 추가 금리인하는 오히려 구조개혁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한은 총재가 추천한 금통위원(문 위원)이 한은 결정에 가장 강하게 맞서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정해방 위원은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 인사로, 지난해 국정감사 때 한은에 금리인하 압력을 가하는 정부 측 대리인으로 지목돼 곤욕을 치렀을 정도. 그래서 지난 달 동결 의견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그의 논리는 문 위원과는 사뭇 다르다는 평. 의사록 상에서 정 위원으로 추정되는 위원은 “우리 경제 성장세가 회복되지 못하는 것은 사회시스템 및 이에 대한 국민 신뢰의 위기에 기인한 것”이라며 “성장률 하락만을 우려하며 기준금리를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근본적 대책을 주문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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