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대로 변호사 하고 싶진 않아
乙의 입장에서 승부 보고 싶다"
유출사건 재판 중 깜짝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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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문건유출’ 파동의 주인공인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음식점 사장으로 깜짝 변신했다.
조 전 비서관은 1일 “지난 31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부근에 해물전문점을 열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와 통화에서 “사실 아내는 변호사로 개업하길 바랐지만 관성대로 변호사가 되고 싶진 않았다”면서 “을(乙)이 되어 일한 만큼 성과가 나오는 정직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사시 28회)의 조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 공직비서관으로 발탁됐지만 지난해 4월 전격 교체된 뒤 연말에 불거진 ‘비선실세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청와대와 검찰이 ‘정윤회 문건’의 작성ㆍ유출 당사자로 그를 지목하면서 구속영장까지 청구됐지만 지난해 12월 31일 기각돼 조 전 비서관은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식당을 개업한 이유로 ‘을’의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자의든 타의든 이십년 넘게 해온 정신노동을 일단락 지었는데, 을의 입장이 돼 역지사지해보고 싶었다”면서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남에게 건방지게 굴지는 않았나, 상처주지 않았나 나 자신을 인격적으로 돌아보고 싶었다”고 했다.
주변에서는 변호사 개업 권유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해물전문점을 차린 이유에 대해 “철마다 주종목도 바뀌고 식자재 핑계로 이곳저곳 다니며 머리도 식힐 수 있는 해물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조 전 비서관이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특별히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떠올리고 싶지 않은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는 “솔직히 식당을 하는 것보다 변호사를 하는 게 편하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곡학아세와 왜곡이 판치는 것을 보고 화이트칼라에 대한 미련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식당을 하며 을로 처절하게 깨지면서 그런 과정에서 거듭나 ‘식당주인’으로 승부를 보고 싶다”고 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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