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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날 확률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우승하면 레깅스를 신고 아이돌 가수 EXID의 ‘위 아래’노래에 맞춰 춤을 추겠다.”
지난 18일 김세진(41) 감독이 내걸었던 우승 공약이다. 감독 조차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던 우승은 현실이 됐고, 김 감독은 행복한 얼굴로 “EXID와 함께 하고 싶다”며 농담을 던졌다.
선수로서도 여러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김 감독은 “선수 때는 미쳐 있었고 몰입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독 김세진은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을 써야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팀 창단한지 얼마 안돼서 센터로 뛰던 로버트랜디 시몬(28ㆍ쿠바)을 데려와 라이트로 바꾸는 등 모험이 거듭됐다.
이날 우승의 비결 역시 ‘모험’이었다. 김 감독은 “3, 4세트 삼성화재의 리듬에 끌려가기 싫어 주전 선수들을 전부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정규 리그에서도 ‘왜 잘하는 선수를 빼느냐’며 욕을 먹었던 전술이지만 김 감독은 스스로를 믿었다.
삼성화재와 스승 신치용을 넘어선 것에 대해 “이번 우승으로 삼성화재의 아성이 깨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스승을 배려했다. 이어 “(나는)더 배워야 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동안 쉽지 않는 난관에 부딪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챔피언에 오른 김 감독은 올 시즌 OK저축은행이 얻은 것은 “자신감”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신감이 건방이 되지 않도록 다잡고 가야 할 필요 있다”고 말했다.
성원을 보내준 홈 구장 안산 시민들에게는 “믿고 지켜봐 주신 데에 보답 아닌 보답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위안을 드리기 위해 빨간 글씨로 쓴 위안(WeAn)을 슬로건으로 내걸기도 했지만 세월호 희생자 분들의 아픔을 짐작하기 힘들다. 우리팀의 우승을 보고 위안 삼으라는 말씀은 안 드리겠다”고 몸을 낮췄다.
안산=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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