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자체사업 조정 권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손질
부정 수급자 적발에도 총력
"제2의 송파 세 모녀 나올수도"
과도한 복지 축소 우려 목소리
정부가 복지예산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유사ㆍ중복사업 등 비효율적인 복지예산을 전면 손질해 올해 3조원 규모의 재정 절감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을 고수하면서 복지 재정 누수를 막겠다고만 나서면 결과적으로 복지 축소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는 1일 이완구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 및 17개 시ㆍ도 부단체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복지재정 효율화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우선 정부는 목적이나 지원내용, 지원대상 등이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복지사업 48개를 통폐합하고, 사업 운영방식을 개편해 현재 각 중앙부처가 운영중인 복지사업 360개를 300여개로 줄이기로 했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실시하고 있는 복지사업 1만여개 가운데 중앙부처 사업과 중복되거나 비슷한 사업은 지자체에 정비ㆍ조정을 적극 권고하기로 했다.
정부는 각 지방 교육청들이 쓰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내국세의 20.27%)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도 내놨다. 교원 명예퇴직비 교부방식 합리화와 교원배치 효율화, 소규모 학교 통폐합 권고기준 마련 등을 통해 효율적인 재원운용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방안은 아직 시ㆍ도 교육감과 협의가 되지 않았다. 정부는 지방 교육청들이 비효율적으로 쓰고 있는 예산 규모를 6,000억여원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복지 대상자의 자격 정보를 보여주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의 정보 연계 및 관리 기능을 강화해 부적격 대상자도 샅샅이 훑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59종이었던 관리 내역에 이자소득, 일자리 사업 참여소득 등 3종을 추가한다. 지금까지 매년 두 차례 실시하던 복지대상자 자격변동 조사 주기를 월이나 분기별로 단축하고 출입국ㆍ주민등록말소 등 변동 정보 관리도 강화한다. 복지사업 중 중점 점검대상을 선정해 집중조사를 벌이고, 부적정 수급 차단과 적발을 위해 유관기관 간 정보공유 등 협업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교육청 포함)에서 각각 1조8,000억원, 1조3,000억원 등 총 3조원 가량의 재정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 발 더 나아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재정정책자문회의 민간위원간담회에서 “내년 예산 편성 시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성과가 미흡하거나 관행화된 예산 사업을 과감히 폐지하거나 대폭 삭감하겠다”며 고강도 재정 개혁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복지관련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부정수급 등 재정 누수를 막는 것은 필요하지만 3조원 절감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데다 자칫 이 같은 대책이 복지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은 숭실대 교수는 “정부가 재정절감 성과에 집착할 경우 ‘송파 세 모녀’처럼 복지 사각지대가 넓어지는 등 부작용이 생길 우려도 있다”며 “3조원 절감 목표도 좀 과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준환 충청대 교수도 “중복 복지사업 조정 등 기존에 진행했던 정책의 재탕이 대부분이고, 부정수급 단속 강화로 복지 사각지대를 적극 발굴해야 할 공무원들이 감시와 지출 축소에만 매달리는 부작용을 부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도 이번 대책이 가뜩이나 빈약한 지방재정 및 교육재정사업을 파탄으로 몰아 지자체의 복지정책마저 고사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병환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은 “절감한 재원은 복지 사각지대나 노인, 취약계층 등 최근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전액 재투자할 예정”이라면서 “(이번 조치가)복지의 축소나 후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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