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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으로 한국 읽기] 직무유기 개천 용

입력
2015.04.0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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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공부하는 곳이지 밥 먹는 곳이 아니고 예산도 넉넉잖으니 학교 급식에 배정된 예산을 저소득층 아이들 교육 지원에 돌려 쓰겠다”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발언은 이래저래 가식적이다. 일하러 간 미국에서 골프도 치고 애들 밥도 못 줄 정도로 부족한 예산으로 비싼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한 그에겐 저렇게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사진은 지난해 초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출마 관련 입장을 표명하는 홍 지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지 밥 먹는 곳이 아니고 예산도 넉넉잖으니 학교 급식에 배정된 예산을 저소득층 아이들 교육 지원에 돌려 쓰겠다”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발언은 이래저래 가식적이다. 일하러 간 미국에서 골프도 치고 애들 밥도 못 줄 정도로 부족한 예산으로 비싼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한 그에겐 저렇게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사진은 지난해 초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출마 관련 입장을 표명하는 홍 지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용이 할 일은 개천 바꾸기다. 하지만 도움 받은 자가 돕고 소외된 자가 소외시키는 법이다.

“학교 무상급식 중단을 결정한 홍준표 경남 도지사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광고를 일간지에 내었다. (…)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가 되는 것을 정치적 목표로 삼는 것은, 결국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수 ‘위에’ 군림하는 소수를 양산함으로써 사회적 지위에 따른 ‘인간 위계주의’를 더욱 강화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세계는 ‘개천’에서 솟아나와 권력과 부를 향유하는 극소수의 ‘용’을 선망하고 양산해 내는 사회가 아니다. 오히려 그 ‘개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개천’ 자체를 살만한 공간으로 만드는 사회이며,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포괄적인 복지제도들과 교육구조들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사회이다. (…) ‘개천’들을 휘저으며 다양한 종류의 생명들 ‘위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군림하는 ‘용’은, 이제 이 21세기에 필요 없다. 아니, 그러한 ‘용’들의 출현과 양산을 막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 ‘용’들은 ‘개천’의 삶을 통째로 부정하면서, 한국땅의 모든 이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공생과 복지의 정치’가 아닌 ‘군림과 탐욕의 정치’로 우리사회를 멍들게 하기 때문이다.”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되는 이유(한국일보 기명 칼럼ㆍ강남순 미국 텍사스크리스천대 브라이트신학대학원 교수) ☞ 전문 보기

“이타적인 공감 능력은 거울신경세포 덕분에 자연히 생기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과 뛰어놀면서 이른바 호혜들을 경험하면서 사회적 학습을 통해 이뤄진다. 어린 시절에 공동체로부터 도움과 위로를 받으면서 자랐다면 성인이 되고 나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과 위로를 건넬 가능성이 크다.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4월부터는 ‘가난을 증명해야만 무상급식을 주겠다’고 했다. (…) 그 결정이 당혹스러운 이유는 그는 배고픔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2009년 출간한 그의 자서전 ‘변방’에 따르면 그는 요령부득한 부모 밑에서 빈곤의 악순환을 20대까지 겪었다. (…) 홍 도지사는 삶의 가장자리인 변방에서 중심을 꿈꾸며 지독하게 공부해 결국 중심에 도달한 인물이다. 이른바 ‘개천에서 용(성공) 난 남자’인 ‘개용남’이다. 우리 사회는 ‘개용남’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부모의 무능과 가난을 비난하지도, 어려운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이겨 낸 용기와 성실성으로 서민이 사는 개천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방’을 읽으면서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며 지독한 소외감에 시달린 ‘학생 홍준표’에게 장학금과 함께 따뜻한 밥을 후원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 도움을 받았더라면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하지 않았을 것 같다.”

-개천을 돌보지 않는 ‘개용남’은 필요 없다(서울신문 ‘서울광장’ㆍ문소영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아끼려다 헤퍼지는 꼴이다. 돈도 행복도 다 놓친다. 전부가 수혜자여야 한다. 그게 복지다.

“보편주의와 비교할 때 선별주의는 우선 예산이 적게 들어 보이지만 결코 싼 게 아니다. 가난한 사람을 선별하는 데 큰 조사비용이 들고, 선별에서 빠진 어려운 사람이 발생하고(송파 세모녀 사건), 가난하지 않은 사람이 속여서 나랏돈 빼먹는 부정이 생기고, 선별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고(낙인효과), 복지는 가난한 달동네 사람들을 위한 것이니 나하고는 상관없다는 반복지 의식을 함양하고, 국민들이 세금 내는 것을 거부하게 만들어 복지국가 건설을 방해한다. (…) 홍 지사는 예산이 부족하니 예산을 학교급식에 쓰지 않고, 저소득층 아이들 교육지원에 쓰겠다고 한다. (…) 문제는 예산이 아니고 의지다. 예산이 없는 게 아니고 하기가 싫은 것이다. 예산이 부족해서 아이들 밥 못 주겠다는 도지사가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학교 무상급식 예산은 경남 예산의 0.5%도 되지 않는다. (…) 결국 속셈은 야당이 지난 몇 년 동안 새누리당과 싸워 힘겹게 성취한 커다란 업적인 무상급식을 흠집내려는 것 아닌가. 홍 지사는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지, 밥 먹는 곳이 아니라고 한다. 글쎄. 누가 봐도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자 밥도 먹는 곳이다. (…) 왜 밥과 공부 둘 중 하나만 하라고 강요하는가. 홍 지사 어법을 빌리자면 미국 출장은 일하러 가는 것이지 골프 치러 가는 게 아니지 않은가.”

-싼 게 비지떡: 선별복지의 함정(경향신문 ‘시대의 창’ㆍ이정우 경북대 교수(경제학)) ☞ 전문 보기

“한국은 급속한 사회복지 성장세 덕분에 가까운 장래에 ‘복지 중진국’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 하지만 최근 추이로 볼 때 지출구조와 배분구조가 바람직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복지지출의 70%가 보건의료와 공적연금이다. 사회서비스와 공공부조는 27%에 불과하다. (…) 지출구조의 왜곡 현상을 보면 체감 복지 수준이 낮은 이유를 알 수 있다. (…)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15~29세)이 100만 명에 이르면서 체감 실업률이 최고치(11.9%)를 기록하고 있지만 일자리 정책(ALMP)에 들어가는 돈은 3%에 불과하다. (…) 게다가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주거복지지출(주거급여)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 복지지출 급증 탓에 나라 살림도 걱정이다. (…) 경제에 부담이 되는 4대 무상복지 시리즈(무상급식·무상보육·기초연금·반값 등록금)를 먼저 손봐야 한다. 타당성과 효율성 차원에서 틀을 다시 짜야 한다. 대상자의 소득·연령·근로 여부 등을 고려해 지출해야지 지금처럼 보편적 복지라는 이름으로 모든 계층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

-감당 못할 복지는 계층 갈등만 일으켜(중앙일보 ‘시론’ㆍ고경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연구위원) ☞ 전문 보기

4월은 잔인하다. 제주도민 1할을 국가가 죽였다. 교란 대신 사실 편에 대통령은 서야 한다.

“4ㆍ3은 제주도민의 ‘상처’가 아닌 혼란기 국가폭력에 의한 참사였다. 보스니아, 르완다, 코소보, 캄보디아 등에서 자행된 집단학살처럼 제주에서도 국가폭력에 의해 선량한 제주도민 수만 명이 학살되었다. (…) 요즘 보수세력 일각에서 다시 4ㆍ3을 빨갱이 짓으로 몰고 희생자들을 재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기관에서 심사하고 대통령이 사과한, 그리고 정부가 국가추념일로 지정한 4ㆍ3사건을 뒤엎으려는 반역사적인 행위가 아닌가 싶다. (…) 4ㆍ3위원회는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새로운 자료와 증언이 나타나면 추가 심의를 거쳐 내용을 수정할 수 있도록 6개월의 시한을 두어 객관성과 공정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막상 이 기간에는 침묵하던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4ㆍ3위원회를 상대로 6건의 소송을 제기했고, 이는 대법원과 헌재에서 모두 패소 판결을 받았다. (…) 이런 때에 박 대통령이 제주도민의 아픔을 끝까지 보듬겠다는 대선공약을 지켜 추념식에 참석한다면 4ㆍ3의 마무리에 큰 기여가 될 것이다.”

-제주 4ㆍ3의 아픔과 치유 그리고 상생(한국일보 ‘특별기고’ㆍ김삼웅 제주4ㆍ3사건진상규명위 중앙위원(전 독립기념관장)) ☞ 전문 보기

“유엔은 1948년 12월10일 세계인권선언을 공포했다. (…) 그러나 같은 해 12월 제주에서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하루 평균 96명이 희생됐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4ㆍ3의 비극성은 숱한 인권유린과 불법으로 상징된다. (…) 얼마나 많은 이들이 연좌제의 굴레 속에서, 빨갱이라는 누명 속에서 침묵을 강요당하며 살아왔는가. 그러나 이들은 어느 누구 탓도 하지 않는다. 이들은 4ㆍ3의 기억을 지우려고 침묵 속에 살다 최근에야 비로소 ‘사람 사는 세상이 왔나 보다’ 하고 있다. (…) 그런데 또다시 침묵을 강요하는 세력들이 있다. 4ㆍ3특별법이 제정되자 4ㆍ3 당시 악명높았던 서북청년회 중앙위원장 출신 등 보수 인사들이 “4ㆍ3특별법이 헌법이 정한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것을 시작으로 진상규명과 희생자 결정을 뒤집으려는 보수진영의 ‘4ㆍ3 흔들기’는 끊임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다. (…) 유족들은 2008년 60주년을 기점으로 이런 논란을 불식하고 희생자와 도민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대통령의 참석을 호소해왔다. (…) 올해는 도지사와 여야 도당, 유족회ㆍ경우회 등이 나서서 10차례나 박근혜 대통령의 4ㆍ3추념식 참석을 요청했으나 ‘희생자 재심의 논란’을 이유로 대통령은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폭력의 피해자인 제주도민들이 대통령의 참석을 호소하고, 유족들을 위무해 달라고 ‘읍소’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인가. 이틀 뒤면 제주도민의 10%가 희생된 제주4·3이 일어난 지 67주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의 모든 관련자들을 배제하지 않고 포용하는 게 진정한 화해와 상생의 길이라 생각해본다.”

-침묵을 강요하는 세력(한겨레 ‘한겨레 프리즘’ㆍ허호준 사회2부 기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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