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검토 지시에 분위기 반전
"판단 잘못" 여당서도 비판 나와
日 가입 결국 美 동참 여부에 달려
"가입 신청은 중국에 굴복하는 것"
대만 학생 총통부 앞 연좌시위
일국양제 지키려는 中 대응도 주목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45개국 이상 합류하며 기대를 넘어선 성공을 거뒀다. 이에 참여에 부정적이던 일본에서는 여당에서부터 판단 잘못이었다는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반면 대만은 AIIB 가입신청을 중국에 굴복한 것이라며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1일 마이니찌(每日)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인사가 “버스를 놓칠 것이냐, 중국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논의될 사안이 아니다”며 “가입하는 게 국익에 득인지 반대인지 냉정하게 판단할 때”라며 가입 추진을 촉구했다. 당 중견간부는 “당내논의가 활발해 졌다. 추후 미국의 의사에 따라 참가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미국의 변화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일관되게 AIIB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참여에 부정적인 것과 상반된 것이다. 여당 내 분위기가 바뀐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달 31일 AIIB 문제에 대한 당내검토를 지시하면서부터다.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간사장과 이노우에 요시히사(井上義久) 공명당 간사장이 지난달 23∼25일 베이징을 방문한 직후 아베 총리를 면담한 것도 분위기 전환 요인이다. 이들은 AIIB에 대한 일본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중국측 설명을 전했다.
자민당은 현재 대 중국 강경파가 주류여서 AIIB에 대한 거부감이 뿌리깊다. 하지만 결국 미국의 가입 여부에 따라 점진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누그러뜨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은 더 적극적이다.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당대표는 31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국익을 극대화하고 아시아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성을 유연하게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도 “미국과 달리 일본은 아시아국가다”“아시아에서 중국과 인도가 주도하는 구상과 마주하지 않을 수 없다”등 정부의 방향선회를 촉구하는 사설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대만 학생들은 총통부 앞에서 연좌 시위(사진)를 벌이며, 마잉주(馬英九) 정부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신청을 한 것을 규탄하고 나섰다. 중국대만망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밤9시 7개 대만 청년단체 소속 회원 30여명은 타이베이(臺北) 총통부 앞 도로에 누운 채 AIIB 가입 신청 결사 반대 등을 외쳤다. 이들은 주권 포기 반대, 실질 평가 필요, 절차 투명 공개, 사회 여론 수집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대만이 맹목적으로 금융 자본주의 경쟁을 따라 가는 것에 반대한다”며 “대륙(중국)은 AIIB를 통해 다른 나라의 자금으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야당 의원들이 입법원(국회) 의장석을 점령한 채 의사 진행을 막았다. 이들은 마잉주 정부가 밀실행정으로 AIIB 가입 신청을 결정했다며 집권 국민당에 대해 ‘대만을 팔아먹은 도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마오즈궈(毛治國) 대만 행정원장(총리)은 “대만의 AIIB 가입은 국제무역과 경제발전 등에 큰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대만의 신청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도 관심사다. 중국은 대만을 창립 회원국으로 인정할 경우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이 훼손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31일 “‘두 개의 중국’이나 ‘하나의 중국, 하나의 대만’이란 문제가 출현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이 직접 AIIB측에 가입 신청을 하지 않고 양안(兩岸)의 공식 대화 창구인 대륙위원회를 통해 가입 신청서를 낸 것도 이러한 점들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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