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치러진 나이지리아 대선 결과 무함마두 부하리(72) 전 군부 통치자가 당선됐다. 30년 간 4번의 대선 도전 끝에 얻은 승리로 부하리는 집권 이후 과격 이슬람 무장세력인 보코하람 척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AFP에 따르면 나이지리아 선거관리위원회(INEC)는 1일 범진보의회당(APC) 부하리 후보가 나이지리아 36개 주와 연방수도 특별자치구에서 52.4%를 득표, 43.7%에 그친 인민민주당(PDP) 굿럭 조너선 후보를 물리쳤다고 밝혔다.
이로써 군정 종식 이후 16년간 장기집권 해온 인민민주당이 처음으로 정권을 내놓게 됐다. 현직 대통령으로 재선을 노렸던 조너선 후보는 이날 “부하리에게 행운을 빈다는 말을 전했다”며 대선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육군 소장 출신인 부하리는 나이지리아 군부통치 시절 1966년부터 1999년까지 요직을 차지하며 출세가도를 달린 인물이다. 나이지리아 국영 석유기업의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부하리는 1983년에는 민주적 투표로 뽑힌 민선 정부의 실정을 문제 삼아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1984~85년 집권했다. 그는 이 기간 정치인과 공무원 등 약 500여명을 투옥시키며 강력한 반부패 정책을 펼쳐 지지를 받았지만, 동시에 혹독하게 인권을 억압하면서 독재자란 비난을 받았다. 시민들은 재판 없이 구속됐고, 직장에 늦은 공무원들은 공개적으로 체벌을 받았다. 결국 부하리는 그의 인권억압과 독재정치 등에 반발한 쿠데타로 2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났다. 부하리는 이후 2003년과 2007년, 2011년에 연이어 3번이나 대선에 출마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부하리의 당선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우선 군 경력이 많은 부하리가 보코하람을 척결하기에는 적임이란 기대가 높다. 부하리는 대선 공약으로 수개월 안에 보코하람을 나이지리아에서 몰아내겠다고 약속했다. 나이지리아 북부 다와라가 고향인 부하리는 자신이 이슬람 교도라는 이유로 보코하람과 연계돼있다는 의혹이 일자 자신의 막내 딸을 기독교인과 결혼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부하리가 불안한 치안 문제를 안정시키겠다는 명분으로 과거처럼 다시 강경한 군부 통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나이지리아 국민의 절반은 조나단 대통령을 지지하는 기독교인이어서 종교갈등 문제가 빚어질 경우 부하리가 군대를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설 수도 있다.
부하리의 집권으로 나이지리아 경제 전망이 어두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하리는 과거 집권할 동안 국가 재정균형을 맞춘다는 이유로 수입을 억제하면서 높은 실업률과 기업 파산을 초래했고, 특히 부패 자금 척결을 이유로 대대적 화폐 개혁 작업에 나서면서 막대한 인플레이션을 유발시켜 국가 경제를 파산 직전으로 몰아넣었다.
가디언은 “부하리가 보코하람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지 모른다”면서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경제를 이끌 장기적 안목이 있는 지는 의문시 된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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