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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먹어야 사랑받는다? 요즘은 멋부림보다 먹부림

입력
2015.04.0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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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 음식 잘 먹기만 해도 '굿'

음식사진 공유 인스타그램 일상

요가 등으로 몸매 관리는 필수

배우 박수진이 맛집 탐방 프로그램인 올리브 TV '테이스티로드'에서 먹음직스러운 로브스터를 들어보이고 있다. 테이스티로드 페이스북
배우 박수진이 맛집 탐방 프로그램인 올리브 TV '테이스티로드'에서 먹음직스러운 로브스터를 들어보이고 있다. 테이스티로드 페이스북

먹방의 시작은 입 속으로 크림빵을 세로로 욱여넣는 영화 속 하정우였겠지만 이제는 예쁘게 입고, 예쁜 걸(동시에 ‘많이’) 먹고, 예쁘게 사진 찍고, 그럼에도 예쁜 몸매를 유지하는 ‘먹부림’이 여성들의 표상이 됐다. 하루에 몇 차례 맛집을 방문하고도 완벽한 허리 사이즈를 유지하는 배우 박수진은 젊은 여성들에게 얄궂지만 동시에 닮고 싶은 존재다.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은 개의치 않고 꾸역꾸역 음식을 밀어 넣는 여자 아이돌 스타들을 바라보며 남성들은 ‘예쁜데다가, 잘 먹는 여자라니 금상첨화’라며 엄지를 치켜든다.

지난 주말 남자친구 김성수(30ㆍ회사원)씨가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소풍을 즐긴 윤지연(26ㆍ회사원)씨 역시 ‘잘 먹어서 사랑 받는 여자’다. 4년 차 커플인 두 사람의 연애에 적어도 7할은 ‘먹는 것’이 개입한다는 것이 윤씨의 설명이다. 한참을 싸우고 나서도 맛있는 디저트 하나에 금세 풀어지는 것이 윤씨의 연애 방식. 하지만 정작 윤씨는 음식을 만드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윤씨는 “라면이나 끓여 먹는 정도다. 아예 소질이 없다”며 “남자친구가 요리를 잘하니 나는 맛있게 먹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남녀 관계에서만 먹는 것이 꼭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진 공유가 중심이 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먹어 본 음식 사진들을 정성스럽게 올리는 ‘먹스타그램’, 전주, 부산 등 산해진미를 찾아 떠나는 ‘먹방여행’역시 젊은 여성들의 일상이 됐다. 특히 스트레스 받거나 우울한 날에는 맛있는 음식이 엄청난 효험을 발휘한다.

젊은 여성들이 먹는 것에 열중하는 이유는 그만큼 먹는 행위에 대한 부담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 전통 여성들의 경우에는 만든 음식을 본인이 직접 먹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요리는 여성 고유의 영역에 해당됐다. 하지만 여성의 가사 노동 시간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요리하는 시간도 줄어들었고, 먹는 것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일’이 된 셈이다. 윤씨 역시 “결혼하고 나서도 나는 먹는 역할, 남자친구는 요리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더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잘 먹되 살찌지는 말아야 하기 때문. 김세연(27ㆍ가명ㆍ회사원)씨는 “잘 먹는 모습을 남자친구가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끔 절제하도록 눈치를 줄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김씨를 위해 연희동 스테이크 맛집 지도를 만들 정도로 정성을 다하지만, 지나치게 욕심을 부릴 때면 단칼에 “그만 먹어”라고 한다는 것. 김씨는 “남자친구가 잘 먹는 모습을 좋아하니 먹을 때는 맛있게 먹는다. 하지만 요가로 몸매 관리를 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금보령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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