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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시네마테크… 상상만해도 흐뭇한 이유

입력
2015.04.0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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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의 도심인 케른트너 거리에는 볼거리들이 몰려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옛 영화를 엿볼 수 있는 호프부르크궁전을 만날 수 있고, 음악의 도시를 상징하는 국립오페라극장을 둘러볼 수 있다. 거대한 슈테판 대성당의 위용과 마주한 뒤 지척에 위치한 레오폴트미술관에서 구스타프 클림프와 에곤 실레의 그림을 감상할 수도 있다.

행인 대부분이 관광객이라 해도 무방할 이곳에 영화광이라면 시선이 고정될 만한 곳이 있다. 조그마한 시네마테크(고전영화를 주로 상영하고 보관하는 일종의 영화도서관)가 있는데 내부 꾸밈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큰 길로 난 커다랗고 고풍스러운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두운 로비가 나오고 바로 옆에 바가 있다. 바깥에 극장인 양 간판만 내걸고 안은 술집인가 하는 의혹이 든다. 조그만 매표소에서 겨우 영화관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1929년의 옛 소련 영화 ‘카메라를 든 사나이’를 관람하기에 앞서 바에서 와인을 홀짝이며 ‘귀족놀이’를 하던 기억이 아직 뚜렷하다.

얼마 전 서울 상암동의 한국영상자료원을 찾았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일본 감독 이와이 슌지가 지인에게 추천한 일본영화 ‘역’(1981)을 보기 위해서였다. 일요일 오후 극장 로비는 어르신들로 가득 찼다. 휴일 오후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주변 어르신들이 대거 나오신 듯했다. 시네마테크 역할을 하는 영상자료원의 상영 영화는 특별한 경우를 빼면 공짜다.

영화 상영 직전 어르신들의 목소리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일본영화인데 제목이 ‘역’이라네.” “아니, 서울역이야? 대전역이야?”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저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영화를 봤다 해도 어떤 문화적 황홀경을 경험하게 됐다면 그날 객석을 지켰던 분들에게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아쉬움도 남았다. 영상자료원이 좀 더 서울 중심부에 있다면 더 다양한 사람들이 쉽게 문화로서 영화를 즐길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이었다.

서울시가 500억원을 들여 충무로에 아시아를 대표할 만한 시네마테크를 2018년까지 건립한다고 한다. 서울 낙원동 낙원상가에서 절치부심하던 민영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이달 서울극장 안에 새 둥지를 마련하며 도약을 모색한다. 영화광들은 환호를 지를 소식들이다.

외국 관광객이 서울 도심을 둘러보다 고전영화(한국 고전이면 더 좋을 듯하다) 한 편을 보며 한국에서 추억의 순간을 빚어내는 모습은 상상만으로 흐뭇하다. 상상이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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