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kt전 앞두고 훈련 도중 박한이 친 볼이 허벅지 맞아 멍
출전 강행, 케이티 위즈 파크 첫 홈런
케이티 위즈 파크의 개장 1호 홈런 주인공은 이승엽(39ㆍ삼성)이 아닐 수도 있었다.
이승엽은 지난달 31일 수원 kt전에 앞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오후 4시30분께 수비 훈련을 하고 있을 때였다. 이승엽은 나바로, 김상수, 박석민 등과 3루 쪽에서 펑고(야수가 수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코치가 쳐 주는 타구)를 받고 있었다. 이날 5번 지명 타자로 출전이 예정돼 있었고, 가끔 1루수로 나서기도 하지만 김용국 수비 코치가 때리는 날카로운 타구를 다른 내야수들과 처리하고 있었다.
당시 배팅케이지(타격 연습을 할 때 파울 볼이 멀리 날아가지 못하도록 차단한 철제 앵글 상자)에서 타격 훈련을 하던 이는 박한이다. 그런데 박한이가 밀어친 공이 라이너성으로 날아가며 이승엽의 허벅지를 강타하고 말았다. 총알 같은 타구였다. 옆에 있던 박석민과 나바로, 김상수는 순간 표정이 얼음장처럼 굳었다. 박한이와 김용국 코치, 배팅케이지 뒤에서 타격 장면을 지켜보던 김한수 타격 코치도 할말을 잃었다. 하필이면 공을 맞은 이가 이승엽이었으니 말이다.
이승엽은 고통스러워했다. 펄쩍펄쩍 뛰면서 내야를 한 바퀴 돌았다. 천만다행으로 오른 허벅지에 맞아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훈련을 마친 나바로가 몇 번이나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적어도 시퍼런 멍이 든 것은 분명했다. 이후 이승엽은 삼성 관계자가 “맞은 데는 이상 없느냐”고 체크했을 때도 한두 차례 고개를 젓더니 타격 훈련을 해봐야지 알 것 같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이승엽은 이날 경기에서 5타수 2안타에 2타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더구나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케이티 위즈 파크 개장 1호 홈런까지 때렸다.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타석에 선 그는 상대 선발 옥스프링의 초구 슬라이더(시속 137㎞)를 밀어 쳤고, 타구는 좌중간 담장을 살짝 넘어 갔다. 이승엽이 수원에서 홈런을 친 것은 2003년 9월6일 현대 유니콘스전에서 정민태를 상대로 담장을 넘긴 이후 4,225일 만이었다.
경기 후 류중일 삼성 감독은 “오랜만에 이승엽다운 타격을 봤다”고 칭찬을 쏟아 냈다. 힘 들이지 않고 결대로 밀어치는 능력, 그리고 개인 통산 400홈런에 단 9개만 남겨 놓은 그만의 특별한 솜씨였다. 게다가 허벅지에는 큼지막한 멍까지 있지 않았는가. 만약 그가 결장했다면, 8회 솔로홈런을 친 나바로가 개장 1호 홈런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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