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두산 순교성지·선유도 공원 등
도보·유람선 이용해 유적지 체험
이달부터 10월까지… 참가비 무료

“한도십영(漢都十詠)이란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조선초 풍류가 월산대군과 강희맹 서거정 등 문인들이 서울의 풍치 좋은 곳 10곳을 뽑아 시로써 아름다움을 노래한 곳들을 묶은 것이 바로 한도십영이다. 한남동 언덕에서의 달맞이(제천완월ㆍ濟川翫月), 살곶이벌의 꽃놀이(전교심방ㆍ箭郊尋芳), 지금의 세검정 일대 풍경(장의심승ㆍ藏義尋僧) 등이 당시 선비들이 뽑은 최고 경승지였다.
그 한도십영 중 하나가 양화답설(楊花踏雪)이다. 지금의 양화대교 북단에는 양화진이라는 나루터가 있었다. 하얀 모래밭이 넓게 펼쳐져 있던 양화진의 겨울철, 흰 눈이 가득 쌓인 눈길을 걷는 정경이 너무 고와 ‘양화답설’이란 노래가 지어진 것이다. 양화진은 조선말 천주교인들이 처형됐던 곳으로 눈길 풍경에 애잔함을 더한다. 인근 마포에서의 한가한 뱃놀이도 마포범주(麻布泛舟)라 해 한도십영에 들어간다.
이처럼 조선의 선비들이 최고의 경승지로 꼽았던 한강 양화진 일대에 근현대사의 굴곡을 체험할 수 있는 뱃길이 열린다.
마포구는 이달부터 7개월 동안 뱃길 탐사 프로그램인 ‘양화진 근대사 탐방, 뱃길을 열다’ 를 운영한다고 1일 밝혔다.
‘뱃길을 열다’는 근대역사문화 유적지인 ‘서울 양화나루’와 ‘잠두봉 유적’을 중심으로 절두산 순교성지,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의 유적답사와 밤섬, 선유도 일대를 도보와 유람선으로 탐방하는 역사문화 체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마포구가 ‘2015년도 생생문화재사업’에 공모, 선정됨에 따라 문화재후원 국고보조 지원을 받아 무료로 진행된다.
탐방의 출발점인 양화진은 지금의 합정역 근처 한강변에 있던 나루터였다. 이곳은 조선시대 한양에서 강화로 가는 주요 간선도로상에 있던 교통의 요지로, 풍광이 뛰어나 대표적인 관광명소였지만 1866년 흥선대원군에 의한 천주교 박해 시 8,000여명의 천주교들이 참수당하며 절두산(切頭山) 성지(사적 제399호)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지게 됐다.
100년 전 양화나루 지역에 거주했던 인물로 분한 역사문화 해설사가 진행하는 연극기법의 해설을 통해 탐방객은 대원군이 서양 오랑캐에게 더럽혀진 한강을 서학도(西學徒)들의 피로 씻는다며 천주교 신자들의 피로 물들였던 비극의 현장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다.
절두산 순교성지와 양화진 공원을 두고 나란히 있는 외국인 선교사 묘지공원에서는 언더우드(연희전문 설립자), 헐버트(고종의 헤이그 밀사), 아펜젤러(배재학당 설립자), 어니스트 베델(대한매일신보 창간자) 등 개화기 초기에 교육ㆍ의료 등 근대화를 도왔던 외국인 선교사들의 묘를 참배할 수 있다. 17개국에서 한국으로 온 575명의 선교사 가운데 헐버트와 베델은 독립유공자로 지정됐다.
뱃길 코스는 양화진소공원에서 출발해 외국인선교사묘원을 둘러보고 잠두봉선착장에서 유람선에 승선, 밤섬과 당인리발전소, 선유도공원으로 가는 A코스와 A코스의 외국인선교사묘원 대신 절두산 순교성지를 들르는 B코스 등 2가지다.
이번 프로그램은 이달부터 10월까지(장마기간 제외) 총 24회에 걸쳐 해당 토요일에 운영되며 오전 10시, 오후 3시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다.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컬처앤로드 문화유산활용연구소(02-719-1495)로 접수하면 된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참가비는 무료다. 각 회 별 참가인원은 선착순 40명으로 제한된다.
이와 함께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 있는 마포구민을 모집해 문화관광해설사로 양성하는 ‘양화진 이야기꾼 양성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수료자 중 일부는 내년도 ‘뱃길을 열다’ 프로그램 해설사로 활동하게 된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양화진은 우리 근대사의 살아있는 학습장”이라면서 “이번 양화진 근대사 탐방 ‘뱃길을 열다’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일대 관광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인프라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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