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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연륙교는 콰이강의 다리...한발한발 쪽빛 스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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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연륙교는 콰이강의 다리...한발한발 쪽빛 스릴

입력
2015.04.0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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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국민 동요‘고향의 봄’의 풍경이 창원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아동문학가 이원수(1911~1981)는 경남 양산에서 태어났으나 1년이 못되어 창원으로 이사했고, 조각가 김종영(1915~1982)의 집에 세 들어 살았다. ‘그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소답동과 인근 천주산이 시의 배경’이라는 게 창원시의 설명이다. ‘꽃 대궐’로 묘사된 김종영 생가는 그대로지만 ‘꽃피는 산골’엔 고층아파트와 주택이 빼곡히 들어서 옛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게 됐다.

그럼에도 창원은 여전히 꽃 대궐이다. 2010년 마산과 진해가 창원시로 통합됐다. 벚꽃 축제의 대명사인 군항제(4월 1일~10일)가 열리는 진해는 말할 것도 없고, 마산의 쪽빛바다에도 봄 기운이 한창이다. 축제의 번잡함을 뒤로하고 여유롭게 봄을 맞이할 수 있는 창원의 또 다른 명소 저도를 소개한다.

저도 연륙교는 '콰이강의 다리'로도 불린다./창원=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저도 연륙교는 '콰이강의 다리'로도 불린다./창원=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다리 옆 펜션 이름도 콰이강...애꾸눈 선장은?
다리 옆 펜션 이름도 콰이강...애꾸눈 선장은?

마산에는 돼지에서 이름을 따온 섬이 2개다. 잔잔한 마산만 앞바다에 돼지가 떠 있는 형상이라고 이름 붙은 돝섬은 이미 해상관광유원지로 유명하다. 마산합포구의 서남쪽 끝자락의 저도(猪島) 역시 돼지가 누워있는 형상이라 붙은 이름이다. 창원시는 ‘행운을 가져다 주는 돼지’를 강조하지만 마을 주민의 설명은 조금 달랐다. 옛날부터 뭍에서 헤엄을 쳐 건너온 멧돼지가 많이 번식해 저도로 부르게 됐단다.

저도 여행은 멧돼지가 섬으로 건넜을 가장 짧은 구간,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민가라야 겨우 10여 가구지만 섬을 연결한 다리가 2개다. 빨간 페인트 칠을 한 ‘저도연육교’는 1987년 가설했고, 바로 옆 하얀 다리는 2004년 완공했다. 차는 새 다리로 건너야 하지만 여행자라면 옛날 다리로 걸어야 제 맛이다. 일명 ‘콰이강의 다리’다. 영화의 배경이 된 태국의 콰이(Kwai)강을 가로지르는 철교와 흡사하다고 그렇게 부른다. 육지 쪽 펜션은 대놓고 ‘콰이강의 다리’이고, 섬 쪽 횟집은 ‘다리와 다리 사이’다. 영국과 일본 장교의 우정과 긴장감 대신, 영원(하지 못)할 사랑의 징표인 자물쇠가 다리 난간에 주렁주렁 매달렸다. 약 170m로 길지 않은 다리지만 수직으로 굽어보는 진록색 남해바다에서 풍기는 봄 기운이 후련하고, 한발 뗄 때마다 고공에서 느끼는 짜릿함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괭이 갈매기를 본 뜬 새 연륙교는 야경이 아름답다.

저도 비치로드엔 지금 진달래가 한창.
저도 비치로드엔 지금 진달래가 한창.
바다와 맞닿은 전망대에선 목놓아 울어도 좋겠다.
바다와 맞닿은 전망대에선 목놓아 울어도 좋겠다.

찻길은 이곳에서 섬으로 약 1km를 들어가면 끝이 난다. 저도 비치로드(Beach Road) 시작점이다. 비취 빛 바다를 끼고 돌아가는 해안 산책길이다. ‘비취 로드’라 해도 좋을 듯하다. 이름난 둘레길에 비하면 명소랄 것도 없고, 저도 마을을 빼면 무인도나 다름없어 특별한 이야기 거리도 없다. 모든 잡념 내려놓고 바다가 보이는 오붓한 산길을 걷는 것, 그게 비치로드의 매력이다. 총6.6km로 섬을 절반 넘게 두르고 있다. 모두 돌아보면 좋겠지만 중간쯤에서 발길을 돌려도 그만이다. 한 구비 돌 때마다 파도소리와 솔바람이 뒤엉키고, 무채색이 지겨워질 때쯤이면 분홍빛 진달래가 반겨준다. 벌 나비는 아직 이른데 역광에 팔랑거리는 진달래 꽃잎이 분홍 나비인양 팔랑거린다. 두어 군데 바다와 맞닿은 전망대에서는 몸도 마음도 남해의 쪽빛 물이 흠뻑 베일만큼 쉬어도 좋겠다. 연암 박지원의 표현을 빌리면 한바탕 마음 놓고‘울기 좋은 곳’이다.

아직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는 어려운 게 저도 여행의 단점이다. 마산역에서 약 30km, 승용차로 40분 정도 걸린다. 마을 안쪽까지 파고든 저도 포구 부근에 주차시설이 마련돼 있다.

창원=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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