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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장국영, 음악으로 소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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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장국영, 음악으로 소환하다

입력
2015.04.0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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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비정전'의 스틸사진
영화 '아비정전'의 스틸사진

매년 돌아오는 만우절이면 추억하게 되는 이름이 있다. 올해 사망 12주기를 맞은 중화권 배우 고(故) 장국영이다. 생전 그를 사랑한 이들이 많았다. 전염병 사스(SARS) 때문에 외출을 삼가던 홍콩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고 나와 그의 죽음을 애도한 일화는 유명하다.

장국영은 '불멸의 스타'다. 오래 전에 떠났지만 그의 음악과 영화는 여전히 살아있다. 사실 그는 가수로 데뷔했지만, 그동안 영화에 비해 음악을 되새기는 시도가 많지 않았다. 12주기를 맞아 장국영의 명곡과 이에 얽힌 장국영의 일생을 되짚어봤다. 30~40대는 향수를, 10~20대는 장국영의 진면목을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다.

1. 초콜릿 CF로 대박난 '투유'

1989년 국내 한 초콜릿 CF의 CM송으로 히트한 발라드 곡이다. 원곡 제목은 광둥어로 '적막야만(寂寞夜晩)', 중국 표준어로 '천사지애(天使之愛)'다. 홍콩에서는 동명의 드라마 '천사지애'의 주제곡으로 삽입됐다.

국내 CF 촬영 당시에는 장국영이 원곡을 '투유'(To You)라는 제목의 영어 버전으로 개사했다. CF와 음악이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해당 초콜릿사는 최고의 브랜드로 부상하게 된다.

CF는 국내 최초로 드라마 형식을 차용해 3부작으로 제작됐다. 비에 젖은 장국영이 연인을 찾아 헤매는 장면이 서정적으로 그려져 여성에게 많은 인기를 모았다. 당시 방송국에 광고 방영 시간을 묻는 전화가 쇄도할 정도였다.

2. 인간과 귀신의 사랑…'천녀유혼' OST

영화 '천녀유혼'은 '고전 중에 고전'으로 회자되지만, 1987년 당시에는 뛰어난 특수효과 기술이 돋보인 판타지 영화였다. 장국영은 극중 유약한 주인공 영채신으로 분해 익살맞은 슬랩스틱형 코미디를 선보였다. 영화 '영웅본색'으로 루키가 된 그는 '천녀유혼'을 통해 입지를 굳히게 된다.

'천녀유혼' OST '노수인망망(路隨人茫茫)'은 극의 시작과 끝에 삽입됐다. 중국 민속악기의 연주가 돋보이는 곡으로 몽환적이고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특징이다. 인생에 대한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3. 동성연인에게 바친 '월량대표아적심'

원곡은 등려군의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으로 1996년 영화 '첨밀밀'의 OST에 삽입된 곡이다. 1997년 자신의 콘서트 무대에서 "내가 가장 힘들던 시기에 나를 지켜준 사람"이라며 동성연인 당학덕에게 공개적으로 불러주기도 했다.

당학덕은 20년 동안 장국영과 인연을 이어왔다. 장국영이 숨진 후 그는 유서 내용에 따라 46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상속받았다. 이 때문에 장국영의 타살설이 불거졌을 때 당학덕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4. 남자들의 의리 상징…'영웅본색'의 '당년정'

1986년 영화 '영웅본색'의 후반, 범죄조직의 보스 송자호(적룡 분)는 경찰인 동생 송자걸(장국영 분)의 수갑을 빼앗아 자신의 팔목에 채운다. 올바른 길로 돌아갈 것을 다짐한 그는 송자걸과 나란히 수갑을 찬 채 자수하러 간다. 이 장면에서 '당년정(當年情)'의 고독한 멜로디가 인물의 감정선을 살린다. 이후 '당년정'은 남자들의 의리를 상징하는 곡으로 자리잡았다.

긴 무명생활을 겪던 장국영은 '영웅본색'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전과자 형을 증오하면서도 차마 체포하지 못하는 송자걸의 내면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해당 작품은 한국 첫 개봉 당시 큰 화제를 모으지 못했으나 재개봉 후 뒤늦게 인기를 끌었다. 홍콩 느와르 장르의 새 지평을 연 작품이다.

5. 연예계 입문 계기…'아메리칸 파이'

1976년 장국영은 가수로 데뷔하기 위해 홍콩과 한국의 방송국 가창대회에 출연했다. 당시 그는 홍콩 ATV가 주최한 음악 콘테스트에서 2위로 입상한 후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장국영이 무대에서 불렀던 곡은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다. 국내 무대에서는 영국 유학파 출신으로 영어 발음을 편안하게 구사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에도 장국영은 콘서트의 레퍼토리로 해당 곡을 활용하는 애정을 보였다.

장국영이 부르지는 않았지만, 영화 속 장면 때문에 그가 연상되는 곡도 있다. 1990년 영화 '아비정전'에 삽입된 로스 인디오스 타바하라스(Los Indios Tabajaras)의 마리아 엘레나(Maria Elena)다. 장국영은 '아비정전'에서 흰 런닝에 트렁크 차림으로 이 음악에 맞춰 맘보댄스를 췄다. 흥겨우면서도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춤사위는 청춘의 방황을 묘사한 명장면으로 남았다. 맘보댄스는 장국영이 죽은 후에도 그의 실제 삶에 투영돼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k.co.kr

● 영화 '아비정전' 속 맘보댄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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