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외부환경 등 알 수 있도록
단지모형부터 꼼꼼히 살피고
착시 노린 조명·가구 등 감안해야
발코니 확장할 계획 없다면 카탈로그 확인으로도 충분
지난 주말 서울 문정동 래미안갤러리에는 3월31일부터 분양을 시작한 자양동 ‘래미안프리미어팰리스’ 견본주택을 구경하려는 인파가 하루 평균 5,000여명씩 몰려들었다. 1일 분양에 들어간 김포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3차’ 견본주택에도 휴일인 29일 6,000여명이 다녀갔다. 통상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인 개관시관을 감안하면 시간당 평균 500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는 셈이다. 이 정도 인구밀도라면, 자칫 앞사람 머리통만 쳐다보다 부지불식간에 계약 사인을 하고 나올 수도 있다. 다양한 경로로 분양정보를 접한다고 하지만, 대부분 계약자의 결심은 견본주택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견본주택에서 찾아낼 수 있는 정보는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견본주택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안목’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자
견본주택에 들어서면 우선 인파의 ‘허수’를 간파해야 한다. 흔하지는 않지만 분양흥행을 위해 이른바 ‘바람잡이’들을 고용하는 경우가 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미분양이 우려되는 단지의 견본주택에선 가끔 고객으로 ‘위장’한 고용 인력들이 보이곤 한다”며 “계속 눈에 띄면서 상담석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고객이 아닌 바람잡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고용 인력 50여명을 견본주택에 배치해 방문객들을 혼동시킨 사례도 적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들에 휩쓸려 견본주택을 둘러볼 땐 다짜고짜 실내로 직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건설사가 주력으로 공급하는 평형(대체로 중소형)이 보통 1층에 설치되는 데, 그래서 이곳은 가장 많은 사람으로 붐빈다. 김일권 ㈜신영 상무는 “실내 모습만 보고 판단을 끝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단 견본주택에 들어서면 주변 환경을 한눈에 체크할 수 있는 단지모형을 꼼꼼히 살피는 게 중요하다”며 “실내로 들어가버리면 외부환경을 가늠할 수 없으니 모형을 통해 각 가구가 엘리베이터, 계단 등과 어떻게 면하고 있는지 등의 정보를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방문한 견본주택의 단지모형뿐 아니라, 인접한 다른 단지의 모형도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견본주택에 전시된 단지모형은 보통 옆 단지가 들어선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채 만들어지는데, 간혹 앞이 탁 트인 가구를 계약했다고 생각했다가 정작 입주 후 다른 단지가 조망을 가로막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낭패를 겪는 경우도 있다. 외부 환경을 모른 채 ‘깜깜이’ 계약을 하게 되는 견본주택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이다.
가구, 조명의 착시현상 감안해야
견본주택은 4명 정도의 구성원이 살 공간을 재현한 곳이기 때문에 수십 명이 한꺼번에 몰리면 실제보다 좁아 보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로 건설회사들은 기성품보다 작은 가구를 견본주택에 배치해 일종의 ‘착시’를 유도한다. 퀸사이즈 이상의 침대가 주로 놓이는 안방에 더블 침대를 놓거나, 자녀 방에 어린이 침대를 준비해 두는 식이다. 실제로 누워보면 가끔 발 길이에 미치지 못하는 꼬마침대도 발견할 수 있다. 전용면적 85㎡이하 중소형 아파트에는 밝은 색감의 4인용 식탁을, 그 이상 크기 아파트에는 헛헛함을 채워주기 위해 어두운 색의 6인용 이상 식탁을 놓곤 한다. 다만 최근에는 눈이 예민한 고객들로부터 지적을 받기 때문에 실제 크기 가구만을 고집하는 업체들도 느는 추세다. 대우건설 상품조경팀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관람하는 견본주택의 특성상 기성품보다 작은 가구를 분양주택의 콘셉트에 맞춰 주문 제작해 설치하는 게 통상적이다”며 “실제 가구가 배치되었을 때 어색한 평면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착시는 가구배치와 함께 조명에서도 많이 이뤄진다. 조명은 실제보다 확장된 느낌을 주려고,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다채롭게 이용된다. 따라서 현장의 조명 가운데 전시 조명을 제외하고, 자연광이 비추는 상황을 상상해보는 과정이 착시를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 강대철 대림산업 분양팀 부장은 “건설사들이 관심을 끌고 싶은 곳에 핀조명을 설치하는 등 조명을 통한 디스플레이가 많이 이뤄지니 이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코니 확장 영역 또한 견본주택 방문 시 주의해 살펴야 한다. 모든 견본주택은 발코니를 확장한 상황을 가정해 꾸며져 있다. 비록 확장 구역을 점선으로 바닥에 표시해 주지만, 전시된 가구들이 미확장 시 아예 들어갈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만큼 확장할 생각이 없다면 차라리 견본주택 관람보다 카탈로그 확인이 정확할 수 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