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박희진 시인이 지난달 3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1931년 경기도 연천에서 태어난 시인은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한 뒤 1955년 조지훈·이한직의 추천으로 ‘문학예술’지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군사혁명과 비상계엄령 선포로 살벌했던 1961~1967년 시동인지 ‘육십년대 사화집’을 만들어 문단의 숨통을 틔웠다. 1979년 구상, 성찬경 시인 등과 함께 ‘공간 시낭독회’를 창립, 한국 현대 시낭송 운동의 선두 역할을 했다.
시인은 한국적 전통에 충실한 서정시를 지향하면서도 1행시, 4행시, 영시의 소네트 형식을 채용한 14행시, 장시 등 형식 면에서 다양한 실험을 했다. 내용 면에서는 불교적 정서를 바탕으로 우리의 전통문화와 산수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민족 시인으로 평가 받는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펴낸 시집으로는 ‘실내악’(1960), ‘청동시대’(1965), ‘미소하는 침묵’(1970), ‘빛과 어둠의 사이’(1976), ‘소나무 만다라’(2005) 등이 있다. 최근까지 ‘4행시와 17자시’(2012), ‘영통의 기쁨’을 출간하는 등 총 35권의 단행본을 냈다. 1959년 타고르의 시집 ‘기탄잘리’를 번역하기도 했다.
월탄문학상(1976), 한국시협상(1991), 보관문화훈장(1999), 상화시인상(2000), 펜문학상(2011), 녹색문학상(2012) 등을 받았으며 2007년 대한민국 예술원회원으로 선출돼 활동했다.
빈소는 강남 삼성의료원 장례식장 3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일 오전 11시 30분, 장지는 경기도 구리시 봉인사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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