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LG의 홈 개막전이 열린 잠실구장. 경기 전 훈련 때 늘 한 조에서 함께 훈련하는 베테랑 선수들 가운데 박용택(36)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LG 관계자는 “박용택이 감기 몸살 증세로 라커에서 휴식을 취한 뒤 경기에는 출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이상 증세로 고열에 시달린 박용택은 쉬라는 코칭스태프의 만류를 뿌리치고 선발 출전을 강행했다. 안색이 좋지 않은 게 확연히 보일 정도로 몸 상태는 심각했지만 박용택은 정신력으로 두 타석까지 들어선 뒤 결국 교체됐다. 박용택은 경기 직후 병원 응급실을 찾은 결과 A형 인플루엔자 판정을 받았다. 며칠 벤치를 지키며 팀과 함께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엔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양상문 감독은 박용택을 엔트리에서 제외하기로 하고 충분한 휴식을 권했다. 잠실 인근의 병원에 입원한 박용택은 “개막 초반 팀 성적이 좋지 않은데 빠지게 돼 팀에 너무 미안하다”면서 “무조건 딱 열흘 후에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박용택은 웬만큼 아픈 걸로는 티를 내지 않는 성격이다. 김기태 KIA 감독이 우스갯소리로 “인대가 끊어지거나 뼈가 부러지는 게 부상”이라며 요즘 선수들의 나약함을 꼬집었는데 전날 박용택의 투혼을 지켜 본 후배들은 “그런 몸 상태로도 팀을 위해 희생하려는 박용택 선배는 정말 대단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용택은 “결정적으로 전염성이 있다고 해서 엔트리에서 빠지기로 했다. 병원에 가족들도 못 오게 했다”면서 “출발이 좋지 않지만 지난 2년간 좋은 경험을 한 우리 선수들이기 때문에 이제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동료들을 응원했다.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FA)로 50억원에 잔류를 선택한 박용택은 개막 초반 FA 선수들 가운데서도 두드러진 활약으로 몸값을 입증하고 있다. KIA와 개막 2연전에서 9타수 4안타를 치는 등 타선을 이끌었지만 부진한 팀 성적에 묻혔을 뿐이다.
잠실=성환희기자 hhs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