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2만2,500년 전에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경이나 목축 이전에 야생 곡식을 먹던 시절부터 먹어온 빵은 인간의 문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빵은 언제부터 발달했을까. 최근 발간된 ‘빵의 지구사’(휴머니스트)에서 주영하 음식인문학자 겸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한국 빵의 역사는 공장제 빵의 역사”라고 언급한다.
빵이 대중적으로 보급된 것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차린 제과점을 광복 후 조선인이 이어받으면서부터다. 일제강점기에는 너무 비싸 조선의 소수 상류층만 먹을 수 있었다던 빵이었다. 전북 군산의 유명 빵집 ‘이성당’은 1920년대 일본인이 남긴 ‘이즈모야’(出雲屋) 제과점을 매입해 100년 가까이 명맥을 잇고 있다.
1960년대에는 미국에 의해 빵 양산업체가 빠르게 성장했다. 대표적인 게 상미당 제과점에서 출발한 삼립산업제과주식회사(현 삼립식품)와 영일당제과로 시작한 크라운제과다. 이들 양산업체는 미군이 제공하는 밀가루와 설탕을 받아 군대에 빵을 납품했고, 미국의 밀가루 원조로 실시된 초등학교 급식빵 제도와 박정희 정부의 혼?분식장려정책의 바람에 힘입어 전성기를 맞았다.
제빵업이 성장하면서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중심으로 유명 빵집이 생겨났다. 뉴욕제과, 고려당, 태극당 등은 한국인이 기억하는 빵 역사의 한 페이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빵집이 골목을 장악했고 동네 빵집은 운명을 달리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틀에 박힌 맛과 규격화된 ‘빵의 맛’이 소비자들에게 고정됐다. 주 교수는 “최근에는 수제 빵집이 등장해 건강하고 자연친화적으로 만들어져 공장제 빵 맛에 길들여진 한국인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강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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