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전역 ‘블랙아웃’상태서 극좌단체 검찰청서 인질극
터키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31일 일시에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해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터키 무장괴한들이 이스탄불 검찰청에 난입해 검사 1명을 인질로 잡고 경찰 특공대와 대치를 벌이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터키 언론들에 따르면 31일 오전 10시 36분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을 비롯해 수도 앙카라 등 전국 81개 주 가운데 44개 주 이상에서 정전이 시작됐으며 2시간 이상 정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터키의 불법 극좌단체인 ‘혁명민족해방전선’(DHKP-C)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진 베르킨 엘반(15) 군의 사건을 수사하는 메흐메트 셀림 키라즈 검사의 머리에 총을 겨눈 사진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괴한들은 DHKP-C와 가까운 매체에 공개한 성명에서 오후 3시36분까지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키라즈 검사를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이들은 엘반 군에 최루탄을 쏜 경찰관들이 생방송으로 혐의를 인정하고 엘반 군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구속된 용의자들의 석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공개한 사진에는 집무실 벽에 붙은 DHKP-C의 깃발도 찍혀 있다. 현재 경찰 특공대가 인질극이 벌어진 청사 6층에서 범인들과 대치하고 있다. 도안 통신 등은 목격자들이 총성을 듣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엘반 군의 가족은 지난 2013년 6월 전국적 반정부 시위 당시 빵을 사러 나갔다가 최루탄을 맞아 9개월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숨졌다고 주장했으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등은 엘반 군이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했다.
앞서 DHKP-C는 지난 1월 이스탄불 돌마바흐체궁전 앞에서 벌어진 경찰을 겨냥한 수류탄 공격은 엘반의 죽음에 대한 복수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발생한 대규모 전력공급 중단과 관련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는 에너지부에 위기대응팀을 구성했으며 테러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정전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네르 이을드즈 에너지부 장관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서부 해안 지역의 주요 송전망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사이버 공격에 따른 정전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이을드즈 장관은 일부 주에서는 정오부터 전력공급이 재개됐다고 밝혔으나 전국적 블랙아웃이 언제 해결될 수 있을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에너지부는 이번 블랙아웃은 15년 만에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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