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선거 내세워 승리할 경우
문재인 '호남 홀대' 책임론 불가피
새정치 후보 당선 땐 득표율이 변수
야권 후보 통합 여부도 잠재적 복병
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의 7번째 승부수는 과연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시작된 그의 정치 역정에서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 출마는 또 한번의 변곡점이다. 정 위원장의 앞선 승부가 대체로 그랬듯이 이번에도 개인적 정치생명의 부침으로 끝나지 않고 야권 전체 판도에 적잖은 파장을 남길 것이 분명해 보인다.
鄭당선, 문재인 체제 균열의 신호탄
정 위원장 캠프는 출마 선언 전후로 20~30% 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여론 조사 결과에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새정치민주연합도 공식적으로는 “친정에 비수를 꽂는 출마에 명분이 없다”며 폄하하고 있지만, 당의 비공개 전략위원회에선 정 위원장 바람을 막기 위해 당 차원의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이 실제 관악을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되면, 개인의 정치적 입지 회복과 동시에 야권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국민모임은 내년 4월 총선에 앞서 새정치연합을 상대로 야권의 주도권 경쟁을 벌일 위치까지 올라 설 수 있다. 주도권 경쟁에선 새정치연합 내부의 호남 중심 세력인 박지원 의원의 결정이 핵심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정 위원장의 승리와 동시에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첫 시련을 맞게 된다. 문 대표가 안 그래도 호남에서 유독 고전하고 있는 마당에 정 위원장이 당선된다면 호남 세력이 정 위원장으로 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표는 “당의 근간인 호남을 무시하다 결국 사고를 쳤다”는 책임론을 피할 방법도 없게 된다. 새정치연합이 광주 서을에서 천정배 전 의원에게 패배하는 상황까지 겹쳐지면 문 대표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박지원 의원이 당대표가 됐다면 정 위원장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호남 정서에서 이반된) 문 대표 체제라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 정 위원장이 선거에 나온 만큼, 선거에 패한 무게를 온전히 문 대표가 져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鄭 낙선하면 셈법 복잡
정 위원장이 낙선하는 시나리오의 셈법은 조금 더 복잡하다. 정 위원장의 가세로 야권 성향 표가 분산돼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어부지리로 승리한다면, 야권 분열과 패배의 모든 책임은 고스란히 정 위원장이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친정집을 향한 자살 공격’이라는 새정치연합의 주장이 현실적으로 입증되는 상황에서는 정 위원장의 정치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정 위원장과 운명 공동체가 된 국민모임 역시 명분을 상실해 내년 총선에 후보를 낼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악조건을 뚫고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가 당선되면, 정 위원장은 자신의 득표율에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자리 수의 미미한 득표율에 그친다면 새누리당 후보자 당선과 마찬가지로 정 위원장과 국민모임은 ‘야당 심판’의 명분을 잃고 차선을 도모하기 어렵게 된다. 반대로 정 위원장이 유의미한 득표를 하게 될 경우 그의 정치 생명은 내년 총선까지 한시적으로 연장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선거 과정에서 야권 후보의 통합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당락과 무관하게 정 위원장이 선거 과정에서 정의당과 노동당 중 일부와 후보 단일화를 이뤄 공동 대응을 한다면 상황은 유보적으로 변한다. 정 위원장이 비록 낙선하더라도 정의당과 노동당 등과 내년 총선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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